사무직 실무자와 관리자의 차이
실무자 10년만에 관리자의 자리로 ..!
‘왜 내 상사는 노는 것 같으면서 직급도 있고 돈도 더 받아갈까?’
옆자리 주임님이 오후 3시쯤 자리를 비우더니 퇴근시간까지 들어오지 않는다.
분명 가방은 책상위에 놓여있는걸 보니 퇴근하지는 않은듯한데 그녀는 어디로 간걸까.
그 날 나는 야근 당직 순번이었다. 오후 8시 30분쯤 그녀가 웃으며 들어왔다.
직접 밖으로 놀러나가는걸 내 눈으로 본게 몇 번인지, 그런일은 비일비재했다.
어디 다녀오는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상사에게 꼬치꼬치 캐물어 기분나빠하면 내게 좋을게 없다는걸 직감했다.
그녀는 옆자리의 나를 약간은 의식했는지, 정확히 30분동안 아주 열심히 일하는척하더니 오후 9시에 퇴근했다. 이후 9시까지 일한걸로 야근비를 청구한걸 알게 되었다.
내 일은 물리적으로 아무리 일해도 끝나지 않는데, 그녀는 나보다 돈도 많이 벌고 직급도 있으면서 회사를 저렇게 놀러다닐수도 있구나 싶었다.
당시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도록 일하고 있어도 내가 퇴사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녀 덕분일수도 있겠다.
지금은 한 몸 바쳐 일하고 있지만, 언젠가 나도 저 정도 위치가 되면 그녀와 같이 회사생활을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을거라는 희망. 그 희망으로 약 10년동안 이를 악물고 버텨왔다.
실무일은 단조롭고 반복적인 업무가 많다.
정말 일이 많은 부서에서 일을 하다보면 잡생각은 못할만큼 잡업무가 판을친다.
나사가 되어 부품의 일부로 살아가는 느낌.
구슬 100개가 쏟아져내려 처리했더니, 다음날 또 다른 구슬 100개가 쏟아져내리고 있는걸 하염없이 바라본다.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일까’ ,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느낌’ , ‘이 시간에 실력을 쌓고 기술을 배우는 일을 하는게 낫지 않을까’
그럼에도 당장 일을 그만둘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런 세월동안 본인 일을 다 미뤄버리는 상사를 만나 실무와 관리 업무를 함께 해보기도 했다.
실무일이 참 지겨워질 무렵, 관리일을 경험하니 신선했다.
내가 주체적으로 의사결정하고 고객사 담당자와 컨택하는 일이 의외로 너무 재미있었다.
그래서 불평불만없이 그 많은 업무를 묵묵히 쳐내며 일할 수 있었다.
관리 업무를 경험해보니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이제 나는 일부 실무업무와 큰 비중으로 관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회사에서 내게 본격적으로 관리자 업무를 부여해주었다.
때론 단발성 프로젝트 업무에 투입되기도 한다.
분명 몸과 정신이 새하얗게 갈리도록 일했던 실무자 시절보다 업무가 많지 않은 상황임에도,
훨씬 더 인정을 받고 있는 모순적인 상황을 겪고 있다.
신규 실무자들을 교육하고, 가이드를 만들어 주고, 다독여주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그들이 업무하며 안정적으로 진행되는 결과물들이 다 나의 성과라고 치켜세워준다.
‘왜 이런것일까’ 그간 심도있게 생각해보며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관리자로서의 위치와 자격, 역할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오랜기간 일하며 쌓은 경력과 경험 그리고 내공, 이건 돈으로 살 수 있는 유형의 자산이 아니며 오직 경험으로 얻을 수 있는 무형의 자산이다.
다양한 상황들과 많은 업무를 겪어보고 몸소 실무자로서 책임져왔기에,
업무적으로 긴급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상황을 진두지휘 할 수 있는 능력이 자연스레 생겼다.
실무자들이 모르는걸 물어보면 바로 대답할 수 있는 능력, 설령 모르더라도 가이드와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안내자의 역할.
어려움이 있을 때 조정해주고, 직접 처리해주기도 하고, 최종 의사결정을 내려주고 책임질 수 있는 내공이 마땅히 필요한 자리이다.
과거 만났던 상사에게서 완벽히 부재했던 관리자로서의 자격과 역할.
그들은 사고가 터졌을 때, 책임소재를 모두 실무자에게 미루고 본인은 전혀 책임소재가 없다는걸 어필하고 다녔다. 업무적인 성과는 모두 본인들이 가져가고, 열심히 일한 실무자는 아르바이트와 다를게 없는 단순한 일만 하는 사람으로 위에 어필하였다.
실무자들 사이를 이간질 하고 다니고, 서로 라이벌이 되어 더 욕심있게 일을 많이 해서 자신의 성과를 더 채워주길 바랬던 그들.
일은 안하고 회의라는 명목하에 실무자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태도와 마인드라는 이름으로 주관적인 잣대로 멋대로 씌워 평가하고 판단하고 다녔던 그들.
한번 말을 하면 끝이 없을정도로 많다. 난 그들을 통해 반면교사의 의미를 정확히 배웠다.
‘내가 상사가 된다면 적어도 저러지는 말아야겠다’ 라고.
관리자로서 나는 아직 부족하겠지만, 회사에서 내게 이런 자리를 주었다.
긴급한 상황에서는 위치와 직급을 버리고 가장 작고 보잘 것 없는 일들을 대신 해줄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있다.
실무업무에서 벗어나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리고 실무자들이 얼마나 노력하고 열심히 하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제 그들의 고생을 성과로 어필해주는 업무가 나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되었다.
남는 시간에 조금이라도 실무자 고생을 덜어주고자 일하고 있다. 관리자의 자리를 이렇게 몸소 체험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