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괴롭힘 일지
그 해 여름은 무척 차가웠다.
아침부터 부서장의 소음공해에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이 내게 고통을 호소했다.
"야... 진짜 심한거 같아. 저 분 왜저래.."
나보다 어린 나이의 직원은 내게 말한다.
"귀도 아프고 마음도 아파요. **님.. 정말 괜찮으세요..? 무슨말이라도 좀 해보세요..
저는 저런말 절대 듣고 못 살아요. 그냥 퇴사할거에요."
나에게 소리쳐대는 부서장의 폭언으로 사무실 공기는 언제나 무겁고 우중충했다.
그는 다른 지점으로 발령을 받고 내게 말했다.
"솔직히 지금 여기가 근무환경은 더 좋은데요.
(제게 하는 말은 아니지만) 더 이상 저 분(부서장)의 폭언을 안듣게 되어 너무 좋아요."
반년동안의 가시같은 폭언과 죽어라 일해도 끝나지 않는 업무로 이제 내 정신은 온전치 않았다.
호흡곤란, 두통과 복통, 두려움, 불안증세로 몸도 마음도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이제 미련이 없었다. 나를 위해서 참아서도 안되었다.
인사팀 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하고 면담을 위해 본부를 찾아갔다.
그는 이미 알고 있다는듯 내게 말한다.
"**님이 왜 왔는지 알 것 같아요"
인사팀과 긴 면담을 가졌다.
그는 내게 말한다.
- 일을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다는건 본인의 역량의 문제라기보다는 조직의 문제
- 직원으로써 존중받으며 일할 권리가 있다는 것
- 지속적으로 행해온 부서장의 언행은 폭언이자 명백한 직장내괴롭힘
계속된 피드백을 들으며 나는 엉엉 눈물을 쏟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일은 나의 작은 용기로 인사팀에 회부되어 인사팀장과 CEO 까지 보고되었고,
직장내괴롭힘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그러나 나로 인해 누군가가 피해받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는 요청에 따라 ,
오랜기간 부서장을 역임했던 그는 평사원의 위치로 강등되었고 지방으로 내려갔다.
부당함을 직접 말할 줄 아는 용기
이번 사건으로 크게 얻은 교훈이다.
만약 아무말도 하지 않고 버티고 참아내고 있었다면 ,
이런 부당한 상황을 아무도 몰랐을것이고 바뀌는게 아무것도 없었을것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내게 관심이 없다.
누군가가 먼저 나서서 알아주길 바라서는 안된다. 내가 알려야한다.
내가 얼마나 힘든상황인지 알렸던 덕분에, 인사팀뿐만 아니라 전사에서 이 부서의 잘못된 구조와 상황을 파악하게 되었다. 그리고 늦었지만 조치가 취해졌다.
나는 끓는점이 매우 높다.
멘탈이 상당히 강해서 부당한 상황에서도 죽도록 일하고 홀로 버틸 때까지 버텨본다.
묵묵하게 군말없이 성실하게 일하는 나의 업무 성향은 '양날의 검'을 갖는 격이다.
삐뚤어진 성격의 부서장에겐 함부로 일을 시켜도 되는 직원으로 인식되었다.
(그렇게 찌르고 또 찔러도 아무말 못하는 나의 성격까지 더해져 괴롭히기 좋은 먹잇감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이 사건이 표면에 드러나자 다른 직원들이 나를 지지해주는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을 표면에 드러내기까지 얼마나 힘들었겠냐고 토닥여주는 동료들의 위로를 받았고 큰 힘이 되었다.
미련곰탱이라고 스스로 자학했던 내 이미지가 어쩌면 그렇게 나쁜 영향만 준건 아니었다.
오랜기간 만들어진 나의 평판
이것이 나를 살렸다.
오랜기간 굳혀온 장(長) 자리를 내치는데에는 견고하게 만들어진 나의 이미지도 한 일조를 했을것이다.
직장인에게는 기본적으로 당연하게 갖춰야 할 점이 있다.
사람을 존중하고 매순간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직장인으로서의 소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