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휴직을 향해 달려가는 직장인의 우울한 하루
휴직
회사에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갖가지 이유로 휴직에 들어간다.
육아휴직, 난임휴직, 병가휴직 등등 ..
나 또한 휴직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다.
난 유난히 일복이 많은 사람이다.
입사 후 밀어 터지는 일에 치이며, 언제나 야근이 끊이질 않았다.
모두가 잠든 한밤중 퇴근, 새벽 퇴근도 종종 있었고,
언제나 다른 사람들보다 물리적인 업무량이 좀 더 많은 편이었다.
야근이라는 단어에 질려있을만큼 나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단어이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많이 만져서 여전히 손목을 돌리면 '딱딱' 소리가 난다.)
태어날때부터 모두가 출발선이 같지 않듯, 살아가면서도 각기 다른 출발선을 맞이하게 된다는걸 알았다.
나는 전사적으로 일이 많은 부서에 배치되었고,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동료(그녀로 칭한다)는 일이 많지 않은 부서로 배정되었다.
몇 번의 부서를 옮긴 그녀는 언제나 일복이 없는 편이었다.
오후 6시가 되기 5분전이면 어김없이 동료는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6시 종이 울리면 출퇴근카드를 태깅하고 달려나가는 그녀가 부러웠다.
똑같은 월급, 똑같은 직급에 누구는 편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고 나는 끝없이 밀려오는 업무로 매일같이 야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적은 업무량에(소위 말해 꿀빨고), 늘 자신감에 넘쳤던 동료는 말했다.
"뭐하러 야근해? 계약서대로 일해. 회사에 네 인생을 낭비하지 마"
"퇴사하면 청소라도 해야지, 난 아직 어린데 뭔들 못하겠어"
회사에서 그녀의 1인분은 점점 0.9인분 , 0.8인분이 되어가며 줄어드는데,
나는 1인분이 1.2인분, 1.5인분으로 늘어났다.
더 이상 업무를 못받는다고 강하게 쳐내고 있는 그에 비해 저항없이 묵묵히 받아내는 나의 성격도 한 몫 했을거다.
그런 그녀에게 부당한 상황이 발생하자 , 즉시 퇴사를 선언했다.
성급하다고 말리는 나를 뒤로하고 그렇게 야생으로 나간 나의 동료 2명은 아직까지 특별하게 들려오는 소식이 없다. 간혹 특정기간에는 만나지 않으려고도 한다.
이런 상황은 나를 참 불안하게 만든다.
나에게 부당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퇴사 앞에서 무릎을 꿇고 다시 회사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대부분 직장인이 마찬가지이다. 나와서 특별히 할 수 있는게 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계속 얽매이게 만든다.
이렇게 오랜기간을 버텨온 내가 직장 내 괴롭힘의 기억이 희미해질 무렵 또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될 줄은 몰랐다.
일을 주면 군말없이 받고 모진소리도 잘 참아내는 난, 누군가를 괴롭히는 사람에게는 재밌는 타깃이자 먹잇감이었다.
힘들고 아프다고 말했을 때 묵살당하기 일쑤였고, 가스라이팅에도 쉽게 속아넘어갔다.
나는 망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다른사람들 앞에서 하기 어려운 모진말을 내게 할 수 있는 이유는,
꾹 참고 인내하고 군말없이 받아내는 나의 성격도 한 몫 한다.
'나에게는 저렇게 아무말이나 생각없이 내뱉기 쉬운가보다' 하며 자학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래서 나의 휴직도 다른 직원들의 휴직과 달리, 이렇게 어렵고 힘들게 진행이 되나보다.
마음의 상처를 가득 받아도 쉴 수만 있다면.. 휴직을 향한 도전을 지속해보려고 한다.
점점 다운되고 무거워지는 마음이 더 이상 가라앉지 못하도록 열심히 부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