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때 겪은 막내 직장인의 수난시대

힘겨웠던 신입사원 수난기

by 드림트리

어린 나이에 입사하여 만난 한 꼰대상사는 이 말을 달고 살았다.

“야근을 해라, 야근만이 살길이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이미 물리적으로 넘쳐나는 업무로 야근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 물 호스를 나의 입에 꽂아넣고, 매일같이 물을 틀어버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넘쳐나는 물을 모두 받아 몸 안으로 넘겨야했다. 하루하루가 생지옥같았다. 그러나 다녀야했다.

부모님은 ‘버티는 길만이 살 길’ 이라고 강조하셨다. 대기업이라고 모두가 부러워했으나 실상은 프로세스조차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시스템 구현이 전혀 안되어있는 부분이 많아 수작업 업무가 상당했고 단순,반복적인 업무가 참 많았다. 성취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고, 단지 대기업에 다닌다는 그 자부심 하나만이 남아있었다.


그 안에서 1년, 2년을 겪으며 내 건강과 정신은 무너져내렸다. 하루종일 앉아있다보면 변비가 온다는 말을 처절히 경험했다. 배 안의 무언가 딱딱하게 굳는 느낌이 들었는데, 화장실에 앉아있어도 배출이 안되고 고통만 가중될 뿐이었다.

‘고객사에서 계속해서 요청이 들어올텐데.. 여기 앉아 있을수록 야근하는 시간이 늘어날텐데..’

그리고 화장실 안에서 동료의 발걸음 소리, 말소리가 들려오면 더 예민해져서 그들이 나갈때까지 그저 참기만 하는 나를 보게 되었다. 함께 쓰는 화장실은 여러모로 편안한 공간이 되어주지 못했다.

이 불편함을 도저히 참을 수 없을즈음 다른층 화장실이 눈에 들어왔다. ‘아! 앞으로 여기 화장실을 이용해야겠다.’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는지 화장실에 있는 시간이 많이 짧아지고 마음도 조금은 편해졌다.

어느날이었다. 누군가 내 선배에게 이런말을 했더란다.

“너 후배가 업무시간에 다른층에 돌아다니더라고..”

난 정말 억울했다.


업무량은 연말이 될수록 점점 더 많아졌다.

12시가 될 때까지 끝낼 수 없을듯한 공포감이 몰려들어 점심을 거르는 날이 많아졌다.

점심을 못먹는 사유에 대해 처음엔 곧이 곧대로 말했다.

“일이 너무 많아서 못먹을듯해요. 맛있게 드시고 오세요.”

순진했던 내가 문제였던가. 주변에서는 이런 쑥덕거림이 들려왔다.

“아니 도대체 어떤일을 하길래 그렇게나 일이 많다고 그래?”

조금 충격을 받았으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렇게 느낄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오해를 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여 말을 바꿨다.

“식당으로 가는게 귀찮아요. 오늘은 다리가 매우 아프네요. 그냥 안먹을게요. 맛있게 드시고 오세요.”


앉아서 일만 하는데도 모든 에너지가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 든다. 특히 오후 3-4시가 되면, 배가 너무 고파서 도저히 업무를 지속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건강이 상하는 느낌이 크게 들었다.

하는 수 없이 살기위해 가까운 매점으로 달려갔다.

삼삼오오 놀러오는 매점에, 혼자 와서 무언가를 먹는게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어 총각김밥을 입에 구겨넣고 허겁지겁 사무실로 올라왔다.

그런데 또 누군가가 선배에게 이런말을 했더란다.

“너 후배가 업무시간에 매점에 돌아다니는걸 몇 번이나 봤어..”


어느날, 선배는 앞서 들은 얘기도 꺼내며 다그치듯이 내게 말했다.

순간 미쳐버릴 뻔했다. 해명해도 이미 난 업무시간에 여기저기 놀러다니면서 바쁘다고 엄살피우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정말 잔인하게도 선배의 업무는 정체되어 있었으나, 사업 특성상 나의 업무가 계속해서 가중되는 상황이었다. 그는 본인의 업무량을 기준으로 나의 업무를 똑같이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그러나 난 어린나이에 입사한 막내이기 때문에 차마 그걸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그건 싸우자고 달려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간관계까지 힘들어진다면 정말 막다른 골목에 치닫게 되는 일이기에 그냥 일이 더 힘든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어떤 선배는 본인 업무 중 절반을 떼어 나에게 넘기는게 어떤지 상사와 면담을 했다는 말이 들려왔다. 이것만은 안되겠다 싶어 함께 야근하는 상사에게 살짝 말씀드렸다.

"제가 그 선배의 업무까지 받으면 일하다 사망할 수도 있을듯해요."


어린 나이에 회사에 입사하면 이런 불합리한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다.

과도한 업무량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주변에서 나를 향한 오해까지 생산되는 상황을 마주하며 스스로 미쳐버리고 있다는걸 깨닫게 되었다.


어느날 길을 가다 매우 더러운, 버려진 강아지를 보고 안쓰러운 마음보다는 오히려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강아지야..! 너에겐 자유가 있잖니...’

길을 가다 한 여성분이 하늘을 향해 소리지르며 괴상한 행동과 언행을 하면서 지나가는걸 보게 되었다.

예전같으면 재수없다고 생각하며 피해갔을 터인데 ,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고..

그 마음을 ‘공감’하게 되었다.

‘아.. 어떤 사유로 얼마나 큰 고통을 당했기에 저렇게 되었을까’


한 상사는 아무말 안하고 일하는 날 보며 생각보다 괜찮은줄 알았다고 한다. 당시 왜 말을 안했는지 되물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회사가 그렇듯이 내가 힘들다고 못하겠다고 하면 그 일들은 다른 동료에게 가게 된다.

게다가 내가 보기에 분명 일이 없어도, 그들 스스로는 많다고 아우성 치는걸 보고 일찍이 마음을 접었다.

그 동료가 나보다 먼저 입사한 선배들이거나, 좋은 관계가 아닌 동료에게 일감이 간다면 상당히 껄끄러운 관계가 될 수도 있다. 난 그걸 원치 않았다.


긴 시간이 지난 지금 그 힘들었던 시기를 돌아보게 되었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건 선배에게 나를 고발한(?) 사람들이다. 내가 업무시간에 다른층에 돌아다니든, 매점에서 뭔가를 사먹든 무슨 상관이랴. 그걸 나의 선배에게 이른 사람들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 말인 즉슨 본인들이 업무시간에 놀러다녔다는 반증 아닌가..

그 때로 돌아간다면 아닌건 아니라고 말하며 내 생각과 논리를 명확하게 전달하며 폭증하는 업무를 쳐낼 수 있었을까. 사실 그런 능력이 당시엔 없었다.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나날이었다.


처음 입문한 직장인의 세계는 참 복잡하다고 너무나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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