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직장인 8년차가 바라본 회사 사무직의 자리
대기업 입사한 신입사원 시절, 부장님이 나를 조용히 방으로 부르더니 물으셨다.
“혹시 파견직이 어떤 뜻인지 알고 있니?” 나는 그 당시 솔직히 몰랐다.
그래서 잘 모른다고 말씀드리자 “차차 알게 되겠지만 나는 우리 그룹의 그 친구들을 모두 똑같은 직원으로 생각한다” 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하시며 면담이 끝났다. 이후 알게 되었다.
비슷한 일을 하는 몇몇 직원은 다른 파견회사를 통해 들어오게 된 인력이며,
같은 사무공간에서 일을 하지만 2년 계약만료 후 나가게 된다는 사실을..!
내가 몸담은 부서에는 유난히 많았다. 그들은 우리 회사의 계약직 자리라도 간절히 원했으나, 모두 성사되지 못하고 퇴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2년간 쌓아온 업무는 2주 혹은 1주 안에 모두 인수인계 되었고, 자연스레 그 자리는 다음 파견직 인력으로 대체되었다. 업무 인수인계로 2년간 쌓아온 모든 노하우가 인계될 수는 없으니 기존 몇 명의 정규직들이 미처 받지 못한 업무 공백들을 알려주며 유지되는 그런 생태였다.
나는 그런일들을 참 많이 봐오며 , 내 자리도 누군가에게 쉽게 대체될 수 있는 자리라고 느끼게 되었다.
사무업무로 쌓아온 노하우가 회사에 작은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격변을 일으키는 센세이션급이 아닌 이상 미동없이 대부분 조용히 넘어가게 될 수 밖에 없는 슬픈 현실이었다.
한 번은 회사에서 단독업무를 하는 , 일을 꽤나 잘하는 한 계약직 직원이 있었다. 파견 2년차에 계약만료로 퇴사를 해야했으나, 들어온 다음 파견인력이 2명이나 퇴사를 해버리는 바람에 계약직으로 전환된 인력이었다. 덕분에 스스로 불만이자 자신감이 넘쳐서 외치는 말이 ‘아무도 본인 일에 관심이 없고, 할 줄 아는 사람도, 대체자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런 자신감은 태도에도 조금 영향을 미쳤던듯하다. 조금만 힘들면 멀쩡히 옆에서 일하는 나에게 본인의 업무를 넘겨버리고 퇴사하겠다 라는 말을 밥먹듯이 했고, 결국 여러 이유로 그녀는 계약직 1년차에 퇴사를 당하게 되었다. 조금 억울할만도 한건 1년 계약연장 약 1주일전에 난 통보였다. 그녀의 주변사람들은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보고, 인수인계를 하지 말고 그냥 나가라고 거들었다. 나도 그렇게 말하고 싶었으나, 그녀의 단독업무 중 일부는 나에게도 인계되었다. 본업에도 허덕이는 상황에, 제대로 인수인계를 받지않은 그 업무 때문에 나는 약 6개월간 거의 10시 이후에 퇴근해야 할 만큼 무척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혼자서 이게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하며 밤 늦은시간까지 혼자 찾아가며 실마리를 찾아나아갔다. 누군가는 말했다. “그 업무 그 친구가 말하길 본인 업무의 굉장히 일부라던데? 그리고 그 친구 매일 5시 퇴근은 문제없이 했었잖아” 라며 살짝 비웃으며 나의 능력에 문제가 있듯이 나에게 물었다. 울컥하는 마음을 추스리며 말했다. “어떤 업무든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고,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으면 오래 걸리지 않을까요? 막히는 부분이 있어 전사를 찾아 헤맸는데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이 버튼을 눌렀을 때 왜 이런 값이 나왔는지 파악하고 연구하는데 10시간을 찾아헤매기도 했어요”
그 때 느꼈다. ‘아! 사람들은 이렇게 판단하는구나...’
그리고 뒤늦게 후회했다. 당시 더 이상 받을 수 없다고 단칼에 쳐내지 못한 나의 바보같음을.. 업무는 주면 무조건 받아야하는 것이고, 그것을 해내지 못한다면 스스로가 무능한 패배자라고 생각했다. 온 멘탈을 탈탈 털리며 퇴근하는 그 하루하루가 얼마나 고독하고 힘들었는지, 그 시절로 돌아가라고 하면 절대로 가지 않을것이다.
그렇기에 누구든 생각해 봐야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이든 어느곳이든 한 직군에서 오랜기간 일을 하여 자칭 타칭 그 분야의 베테랑이고 전문가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회사는 언제든 필요에 의해 다른인력으로 대체시킬 수 있다. 전문직이나 특별한 기술직이 아닌 이상, 고생하는건 그 다음사람의 몫일뿐이다. 회사는 퇴사한 직원의 아픔과 다음직원이 고생하는 것에 크게 의의를 두지 않는다는걸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