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살이 직장인의 퇴사고민
내가 회사에 다니는 이유(1)-입사, 월급, 퇴사, 퇴사 이후의 삶
8년째 나의 루틴은 동일하다.
졸린눈을 비비며 아침에 눈을 뜨고 씻고 회사에 도착해서 컴퓨터 전원을 켜고 일을 시작한다.
그런데 지난 몇달간 심한 무기력증이 왔다.
회사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나는 누구이며, 나는 왜 여기있으며,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설레고 떨렸던 첫 신입의 마음을 8년차에 접어든 내게 기대해선 안되었다.
회사에 다닌지 10여년이 다 되어가는데 여전히 한푼 두푼 아끼며 살고 있고, 무얼 하든 돈을 따지며 살고 있다는 회의감. 뭣모르는 신입때는 대기업에 들어갔으니 곧 부자가 될테고 여기저기 기업에서 스카웃제의가 들어올거라 예상했건만.. 그것은 완벽한 환상이었다.
현실은 이 환상을 보란 듯이 비웃고 있었다.
직장인은 어찌보면 한달살이일뿐이다. 당장 다음달부터 월급이 끊겼을 때, 더 좋은 조건으로 다른 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가. 자의든 타의든 안정된 자리를 박차고 나왔을 때 진정 나를 받아줄 곳이 있는가. 나는 어떤 부분에서 경쟁력 있는 사람인가. 1년 2년이 흐를수록 나이 어린 후배들보다 어떤 면에서 더 앞서가고 뛰어난가를 늘 곱씹어보라그랬다. 마침 직장에 들어가는 즉시 퇴사를 늘 염두해두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교육열이 높고 학군좋은 동네에서 자랐던 내게 어른들은 공부가 인생의 전부라고 하셨다.
그러나 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의지를 갖고 노력해도 잘 안됐다.
그럼에도 내 수준에 맞춘 전형을 찾아 운좋게 대기업 정규직으로 입사를 하게 되었다.
기쁨은 몇 년 못간듯하다. 오르는 연봉폭은 물가를 따라잡기 힘들다는 현실을 알게 되었고, 집값을 논하자면 이미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버렸다. 이 월급으로는 죽을때까지 일해도 서울에서 아파트를 살 수 없을듯했다. 결국 우리가 버는 돈은 집이라는 존재 앞에 값어치가 거의 없다고도 볼 수 있겠다.
그렇다고 난 퇴사를 할 수 없다. 당장 다음달부터 월급이 끊긴다면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벌고 있는 돈으로 장을 봐서 집에 가는 재미, 맛집을 찾아가서 먹는 재미, 여행다니는 재미, 악세사리나 옷을 사서 나를 치장하는 재미, 누군가에게 밥 한끼 사줄 수 있는 여유 그리고 소정의 돈을 어려운 단체에 기부하는 뿌듯함까지.. 백수가 되면 포기해야 할 것들이라고 하기엔 너무 아쉬운 것들뿐이다.
옆 동료는 최근 너무 힘들다며 퇴사를 외치고 있다.
안그래도 무기력증에 빠져있던 내가 넌지시 물어봤다.
“혹시 퇴사 이후 생각하고 있는게 있나요? 퇴사는 아니더라도 저도 너무 힘들어서 쉬고 싶은데요.. 당장 다음달부터 월급이 안들어온다고 생각했을 때 혹시 어떻게 버텨나갈지 준비해놓은게 있나요?”
결론은 그도 나도 ‘없다’는 안타까운 답이 나왔다.
우린 얼마전부터 현재 우리가 왜 힘든건지 분석하며 직장인 이후의 삶을 끊임없이 얘기하고 있다.
마침 코로나 이후 회사는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 결국 원가 절감이라는 목표 아래 유래없는 긴축정책을 펼쳐 나가는 시점이었다. 퇴사하는 인원은 점점 늘어나는데 직원을 뽑지 않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며, 기존 인력이 1-2명의 업무를 더 받고 있는 상태였다. 어떤 직원은 아무도 없는걸 확인 후 은근히 충고한다.
“계속 준비해야 합니다. 내가 견딜 수 없는 범위의 업무를 계속 줬을 때 No!라고 말해도 듣지도 않을 때 퇴사라는 카드를 던져봐야죠. 묵묵히 주는대로 다 받다가는 인생 망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