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을 강요하는 상사, 퇴근을 막는 상사

직장내괴롭힘_야근편

by 드림트리

90년대 세대의 상사(Boss)들은 대부분 40대 이상이다.

그들의 생각은 우리와 철저히 다르다. 같은 척 해도 결국 다르다는걸 느꼈다.

그들은 ‘야근’을 하나의 판단 잣대로 본다.

야근을 해야 일이 많고 성실함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강하게 생각하는듯하다.

정시 퇴근, 야근 금지를 권장했던 우리 회사 문화는 어려워진 사정 탓인지 다시 예전의 문화로 돌아가고 있다. 각 부서별 야근현황 통계를 내더니 주 40시간에 맞춰서 퇴근하는 직원들을 골라내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 그들을 일이 없는 직원으로 낙인찍고 업무량을 다시 조정하라는 지침이 내려온다는 것이다.


회사사정이 좋을 때 매출이 좋은 부서에서는 이런 일이 있다고 들었다.

업무시간에 네일아트를 받으러 가거나 영업사원이 근무 중 개인업무를 실컷 보고 업무시간으로 인정받은 후 칼퇴하더라는 목격담을 말이다. 매출이 잘 나오고 상대적으로 일이 덜한 좋은 부서에 배치되는건 그 사람의 운이다. 누군가는 과도한 업무량으로 개인 삶 없이 회사에 철저히 이용당하며 살고 있을 때 다른 누군가는 설렁설렁 일하며 철저하게 회사를 이용하고 뽑아먹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회사가 돌아가게 되어있다는 슬픈 말도 있다.


나는 참 운이 없게도 매출이 안나오고 업무량은 물리적으로 견디기 힘든 부서에서 오랜기간 발을 담궜던 이력이 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내게 더 큰 자괴감을 안겨줬다. 입사 후 첫 부서가 그런 부서였고, 상사가 야근을 매우 중시하고 좋아했기에 모두가 다 이렇게 살고 있을거라 생각했다. 어느 날 동기들과 얘기를 하면서 그리고 주변을 조금 더 둘러보는 여유를 가져봤더니 같은 회사임에도 나와는 전혀 다르게 본인 라이프를 즐기며 살아가는 수많은 회사 동료들을 보게 되었고 이 때 좌절감을 크게 느끼게 되었다.


"야근을 해라, 야근만이 답이다"

"너는 아직 신입이잖니. 무슨 휴가니..그냥 나처럼 일하고 나중에 돈으로 받아"

라며 매일같이 주문을 외우는 상사를 두고 "그 말은 틀렸어요. 저에게 강요하지 마세요." 라고 답할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나의 퇴근을 불안해했다. 내가 퇴근하려고 컴퓨터를 끄는걸 포착하는 즉시, 메일에 내 이름을 검색하여 안하고 가는게 없는지 미친듯이 찾아본다. 마저 남은 짐을 챙기고 가려는 내게 이건 했는지, 저건 했는지 급히 물어보며 안한게 있다면 다시 컴퓨터를 켜서 하고 가라고 답한다. 급한 업무가 아니더라도 오늘 하고 가야한다고 강요한다. 분명 내일해도 되는 업무일텐데, 저녁 약속이 있는데, 나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그럼에도 이런 부서에서 오랜기간 다른곳으로 옮기지 못했던건 도전에 대한 두려움과 판단 능력 부족이었을 것이다.

몇년동안 줄기차게 야근만 했다.

내게 그 시절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제대로 된 휴가도 없이 오직 일 밖에 한게 없다고 대답할뿐이다.

내 인생이 없었기에 돌이켜보면 불행했다. 그렇게 죽어라 일만하다보니 매년 연말에 남는건 허무함이었다.

철저히 회사의 부품처럼 쓰여지는 삶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미숙했기에 참 늦게 그 상사의 곁을 벗어나게 되었다.


물론 긴 기간동안 배운것도 있다.

성취감 없는 사무직 업무를 반복하게 되면서 내 인생을 고찰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는 업무를 하고있는 만큼 남들이 쉽게 갖지 못할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깨달음이다.

부끄럽지만 현재 진행형인 소소한 나만의 개인 라이프(?)를 살짝 공개해본다.

영어 능력을 꾸준히 갈고닦으며 언젠가 요긴하게 쓰일 날을 기다리고 있다는것

야근으로 심각하게 나빠진 건강을 꾸준한 요가수련을 통해 무탈하게 몸과 마음의 정신건강을 지켜오고 있다는 것

직장내괴롭힘에서 벗어난 후 시달렸던 트라우마를 그림 그리는 취미를 통해 이겨냈고, 미술이 하나의 취미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는 것


언젠가는 직장인 신분으로 배워온 나의 능력들을 펼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배움은 끝없고, 새로운 무언가를 배울때마다 가슴이 뛴다.

이런 배움들은 퇴근 시간 이후 소소한 몇시간동안 혹은 주말에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난 말하고 싶다.

현실에서는 통하기 어려운 얘기겠지만 ‘야근’에서만큼은 단 한발짝도 물러서고 싶지 않다고..

야근없는 삶을 통해 나만의 무기를 갈고 닦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고, 누구에게도 대체되지 않을 나만의 삶을 개척해나가고 싶다. 단순한 나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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