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상사가 신입의 기를 잡는 과정

직장내괴롭힘_명절편

by 드림트리

'꼰대' 라는 단어가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갓 입사하여 한달도 안될 무렵, 설날이 다가왔다.

회사에서 전사 공지가 내려왔다.

'모든 임직원분들! 오늘은 전체 오후 반차를 일괄적으로 적용하겠습니다.

1시에 퇴근하고 얼른 가세요. 좋은 연휴 보내기 바랍니다.

단, 업무가 있는 경우 반차 취소를 올리고 일하시면 됩니다. 가급적 빨리 퇴근 바랍니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나게 짐을 챙겨 떠났다. 나는 갓 신입으로 아직 주어진 일을 끝내지 못하여 2시 반까지 남아있었다. 들뜬 마음으로 짐을 싸고 있을 무렵 메신저 한 통이 왔다.

꼰대 : " **씨....어디가니?"

나 : "오늘 오후 반차 아닌가요?"

꼰대 : "음...너 혹시 오늘 일이 없니..? 지금 나도 그렇고 네 선배들도 이렇게 앉아있는데 ..."

나 : "죄송합니다. 제가 반차 취소를 못했는데요. 혹시 반차 취소하셨나요?"

꼰대 : "난 당연히 반차 취소했지. 그리고 네가 진작 반차 취소 했어야지.. 지금 선배들이 저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그를 제외한 나머지 선배들은 도급업체 소속으로, 회사에서 일괄적으로 적용한 반차와는 무관했다. 또한 나의 경우, 반차를 사용해본적도 취소해본적도 없기에 그 방법조차 알지 못했다.

갑자기 부서장이 저 멀리서 내게 말을 건다.

부서장 : "아니 너 왜 안가? 얼른 가. 회사에서 가라그럴때 가야지! 이런 기회 거의 없어. 얼른 짐 챙겨~"

그 때 그 말을 다 듣고 있던 꼰대가 갑자기 메신저를 보내온다.

꼰대 : "**씨.. 지금 선배들이 다 자리에 앉아있는데, 네가 가면 저 선배들은 뭐가 되니?"

나 : "아 알겠습니다. 그럼 어떤 일을 할까요? 일단 주어진 일은 다 했거든요."

꼰대 : "지금 나한테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 묻는거니.. **일도 있고 %%일도 있고 지금 할게 얼마나 많니"

나 : " 알겠습니다. 바로 하겠습니다."

오후 3시가 넘었다.

부서장 : "왜 아직 자리에 있어? 반차는 네 권리야! 네가 그 권리를 지킬줄도 알아야지! "

나 : "아....네.....일이 조금 있어서..."

부서장에게는 찍소리 못하는 꼰대가 '설마 갈꺼니' 하는 눈빛으로 나를 조용히 쳐다본다.

나도 모르게 그 눈빛을 보고 어찌할바를 모르게 수그러든다.

생각해보면 나와 직접적으로 함께 일할 사람은 꼰대이지 부서장이 아니었다.

아무리 부서장이 높은 위치라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나는 꼰대의 말에 더 복종해야했다.

1시부터 내게 퇴근하라고 지속적으로 다그치는 부서장의 명령(?)을 옆자리에서 듣고도, 꼰대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가긴 어딜가냐는 장문의 메신저를 보내왔다.

오후 4시가 되었다.

부서장이 직접 내 자리로 와서 가방을 싸라고 명령한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함께 일할 꼰대에게 메신저를 보낸다.

나 : "책임님, 제가 오늘 할 일은 다 끝낸것 같습니다. 혹시 가봐도 될까요..?"

그는 메신저를 읽고도 답이 없었다.

나는 이 가시방석 같은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야할지 몰랐다.

오후 4시 20분이 되었다.

부서장 : "지금 가방 안싸면 내가 너 가방 싸러 갈거야!"

나는 그제서야 알겠다고 하며 가방을 주섬주섬 싸고 명절 잘 보내라는 인사를 했다.

나 : "명절 잘 보내세요"

꼰대는 내 인사를 받을 때 본인이 나에게 지속적으로 보냈던 무언의 행동, 타자기로 보내온 압박과는 전혀 무관한것처럼 말한다.

꼰대 : "응, 명절 잘 보내고~"

남아있는 몇몇의 직원들 중 그 누구도 꼰대게 내게 어떤 메신저를 보냈는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난 그 날 일어났던 일을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나의 권리'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 '부당함' 앞에 침묵으로 일관했던 나의 앞으로 회사생활은 말 안해도 뻔했다.

그는 입사한 신입사원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했고, 내 기를 잡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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