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도전과 포기

bgm. 무한도전-빅토리송

by 맥켈란

나는 낯을 모르는 아이로 태어났지만, 오빠는 낯을 가리는 편이다. 모르는 사람을 알아갈 때 쉽게 피로를 느낀다. 나는 오빠보다 붙임성도 좋고 여러 사람과 대화를 해도 잘 지치지 않는다. 그런데 오빠는 지하철에서도 춤을 출 수 있는 남자다. 서로 다르지만 즉흥적인 태생은 같아서 우리는 빠른 도전과 포기를 반복하며 일부러 피곤하게 살고 있다.

도전! 을 위한 영감은 사소한 데서 뽕끗한다. 침대에 벌러덩 누워 인스타나 유튜브를 보고서 홀리거나 부러울 때나. 오빠랑 대화를 나누다가 해볼까? 한다. 출발! 드림팀처럼 매주는 아니지만 도전에 대한 열정은 유노윤호인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신혼여행으로 하와이를 다녀온 후 강남역에 있는 우쿨렐레 학원을 등록했다. 일주일에 세 번 한 달 과정인데, 30일 동안 10흘쯤 출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수강생들 중 왼손잡이는 나 혼자라 쉽게 섞일 수 없었다. 빠른 포기 역시 내 주특기다.

오빠는 무한도전이다. 게다가 멀티다. 어느 날은 스케치북과 물감, 물통, 팔레트를 사 오더니 식탁에 앉아서 수채화를 진지하게 그리더라. 또 어떤 날은 먹을 갈고 붓글씨를 쓰고 있더라. 한 번은 기초 일본어 회화책을 사 오더니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소리 내어 읽고 있어. 또 어떤 밤에는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오빠를 보고 박수를 쳤다. 참 열심이다. 지금은 유투버를 하고 게임 기획 카페를 운영 중이다. 실험해보는 인생이 너무나도 재미난다던 오빠가 엊그제 유튜브가 망한 이유를 이제 알아냈단다. 왜? 냐고 묻자 “내가 재미없어서” 오빠. 그걸 이제 알았어? 고맙게도 몇몇 친구들이 오빠의 유튜브 구독을 해준다. 친구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너네 오빠 유튜브를 볼 때마다 슬퍼. 광고가 없어서.”

나는 다음 주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유화를 배워 밥 아저씨처럼 해바라기도, 숲 속의 집도 그릴 거다. 어릴 때부터 미술학원에 다니고 싶었지만, 엄마가 억지로 피아노 학원으로 등떠 밀었다. 10센티 플라스틱 자로 고사리 손등을 괴롭히는 피아노 수업을 받을 때마다 정말 그지 같았다. 그래서 틈만 나면 도망쳐,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미술학원에 놀러 가 친구들의 그림을 구경했던 기억이 있다. 결국 2년 동안 바이엘도 미완성. 이런 아쉬운 이야기를 오빠에게 들려줬는데 오빠가 그럼 지금이라도 시작하라며 파이팅을 외쳤다. 그래서 바로 도오~전! 을 따라 외치며 동네에 있는 미술학원에 등록했다. 이번에도 빠른 포기를 썰 텐지, 아니면 밥 아줌마가 되어 아폴로 펌에도 도전해볼지, 귀추가 주목된다. 팔짱을 끼고 지켜보자.

Bgm. 무한도전-빅토리 송


이전 16화별거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