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일지
한적한데 핫하다는 해방촌에 다녀왔다.
남산타워 아래 전망 좋은 수제맥주집에서 낮맥을 시작했다. 흑백이라는 정직한 이름을 가진 스타우트가 묵직하고 고소하니 제법.
맥주도 안주도 대화도 왕왕이 었다.
수다쟁이가 된 오빠는 건설적인 건전하고 건강한 내일 내년 10년을 이야기한다. 프로N잡러 인정.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오빠도 별 일 다 겪으면서 내공을 다졌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문득 든 생각. 사회성이 좋은 사람이라는 게 남에게 잘해주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남을 잘 참아주는 사람이더라.
그리고 어느새 우리는 자랐더라. 전에는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었다며 이제는 어떻게 살아남을지 걱정이다. 해방촌에서 짧고 써본 해방일지.
맥주로 갈증을 날렸으니 와인을 마시자 했다. 이름도 시원한 해방식당. 이번에도 맛집 센스 장착한 정유니가 찾아냈다. 말보로 쇼비뇽블랑을 마시고 탄산수를 찾는 오빠는 마시고 먼저 가시라 했다. 박수 칠 때 떠나야 하는 법.
아. 노을까지 보고 가라고 할껄.
유니가 데리고 간 언덕에서 본 여름 해 질 녘 노을. 쌓아둔 고민도 없는데 가슴이 열렸다. 평소였으면 벌써 잘 시간인데, 하늘은 예쁘게도 열일하고 있었구나.
한참 보고 뒤를 돌아보니 눈물이 핑 돈다.
후암 약수터로 가는 산책로다. 매일 아침 아빠 손잡고 약수를 가득 받아 두 손으로 물통을 안고 집에 왔다. 우리 집은 남산타워 근처였다. 학교 가기 전 아빠 출근하기 전, 아빠와 함께 한 아침산책은 신이 나는 일이었다. 아빠도 참 딸에게는 로맨틱했다.
이 감성 어쩔 거야. 해서 가맥집을 갔다.
“이제 잠잘 시간이야” 계속 울리는 오빠의 전화. 잘 보냈다고 다행이다.라고 생각됐다. 이래서 친구인가. 마시고 싶은 맥주가 똑같. 나만 더 짙은 거. 포근해서 슬슬 졸린데, 오! 갓럭지 인성오빠가 싱긋 웃으며 지나간다. 꿈 아니다.
오늘도 즐겁다. 서울 이곳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