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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정 Oct 17. 2023

- 나의 그늘, 모두의 그늘, 다시 우리의 그늘로

조오 <나의 그늘> 리뷰

제목은 '나의 그늘'이지만 책장을 덮으면 '우리의 그늘'로 기억될 책이다.
애지중지 가꾼 나의 세계가 있다고 치자. 오롯이 혼자만 즐기고 싶기도 하고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기도 하다. 망설이는 사이 불쑥 그 세계에 들어서는 이가 반가울 수도,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참 괜찮아 보이는 곳이 저기 있다고 치자. 어떤 시간과 사연을 거쳐 그 자리가 존재하는지 생각하느라 다가서길 망설이는 이도 있고, 그저 좋아서 성큼 들어서는 이도 있을 테다.

감정의 파동은 수많은 갈래로 퍼져나간다. '나의 구석'과 '나의 그늘'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다양하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벽을 향해 누워있는 검은 새에 오래 마음이 머문다. 어떤 장면은 가슴이 저릿하다. 미세한 감정의 균열이 걷잡을 수 없이 뻗어나가 마음이 무너졌던 기억.

작고 하얀 새가 있다. 검은 새의 축 처진 뒷모습, 연약한 등에 가려진 표정과 마음을 읽어내는 존재다.

모두의 그늘과 우리의 그늘은 다르다. '우리'는 그늘을 '함께' 가꾸고 만든다. 모두에게 허락된 그늘이어도 '나의 그늘'에서 '우리의 그늘'에 이야기를 보태고 마음과 손길을 보탠 이들에게는 모두의 그늘이 특별한 '우리의 그늘'이 될 수 있다고 그림책이 말하는 듯하다.

조오 작가는 나에게 '하얀 새'처럼 말을 걸어주는 존재다.
혼자서도 충만한 나의 세계를 일구는 기쁨을 #나의구석 에서 발견했다. 때로 그 세계를 뚫고 나오면 더 나은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하얀새의 '안녕'을 통해 알았다.

그늘은 안식처가 되기도 하지만 마음의 그늘을 드리우기도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그 그늘을 어떤 자리로 만들어야 할까.
가을햇살 비치는 나무 그늘 아래서 한없이 마음이 일렁인다.

덧: 아름다운 반전이 돋보이는 그림책


#북코디네이터의그림책이야기

#조오

#나의그늘

#나의구석

#웅진주니어

#이랑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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