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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정 Dec 24. 2015

생애 처음 작가라는 이름으로

나는 브런치 작가다.

12월 8일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메일을 받고는 혼자 감격에 겨워 며칠을 설레었다.

하지만 작가라는 이름이 주는 부담감 때문이었는지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도 차마 나는 이 곳에 글을 쓸 수 없었다.

김훈 작가의 <라면을  끓이며>에서 엿본 ' 몸이 글을 밀고 나가는 살아있는 육체성의  느낌'(p267)과 치열한 사유 끝에 ' 그 수평선 너머에서 새로운 낱말들이 태어나 바다의 새들처럼 날아오기를 기다리는'(p49) 과정의 혹독함을 알기에 나는 감히 글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글쓰기를 포기한 채로 나는 일상의 분주함 속에서  책을 읽고, 모임을 가졌고 여전히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브런치.. 마음 한 편에 묵직한 부담감으로 자리 잡은 채,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과  나의 얕은 사고와 초라한 언어들 사이의 괴리감 사이에서 방황하는 시간을 보내던 중, 벼락처럼 마음을 뒤흔든 책 한 권을 만난  나는 드디어 이 곳에 글을 쓰고 있다.

' 나는 내가 품고 있던 때로는 막연하고 때로는 구체적인 생각들을 더듬어내어, 합당한 언어와 정직한 수사법으로 그것을 가능하다면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 생각들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존경받고 사랑받아야 할 내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사는 세상을 그리워했다. 이 그리움 속에서 나는 나를 길러준 이 강산을 사랑하였다. 도시와 마을을 사랑하였고 밤하늘과 골목길을 사랑하였으며, 모든 생명이 어우러져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꿈을 꾸었다. 천년 전에도, 수수만년 전에도, 사람들이 어두운 밤마다 꾸고 있었을 이 꿈을 아직도 우리가 안타깝게 꾸고 있다. 나는 내 글에 탁월한 경륜이나 심오한 철학을 담을 형편은  아니었지만, 오직 저 꿈이 잊히거나 군소리로 들리지 않기를 바라며 작은 재주를 바쳤다고는 말할 수 있겠다.'

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책은 펴내며」중에서

몇 번을 읽어도 그 감동이 사그라들지 않고 울컥 눈물을 삼키게 된다.


나는 글을 쓰고 싶어 졌다.

' 합당한 언어와 정직한 수사법, 아름다운 표현' 들에 감히 가 닿을 수 없더라도, 좋은 글이 주는 감동을 조금이나마 같이 나눌 수 있다면,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일에 동참하는 일이 될 수 있다면 나의 글쓰기도 의미 있는 일이라 믿으며 말이다.

소중한 이 공간에서 나는 책을 함께 읽고 모임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는 이야기와  반짝이는 일상 속에서 길어 올리는  삶의 깊은 의미들을 기록해나가려고 한다.

나는 내 삶을 기록하는, 브런치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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