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브런치 작가다.
12월 8일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메일을 받고는 혼자 감격에 겨워 며칠을 설레었다.
하지만 작가라는 이름이 주는 부담감 때문이었는지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도 차마 나는 이 곳에 글을 쓸 수 없었다.
김훈 작가의 <라면을 끓이며>에서 엿본 ' 몸이 글을 밀고 나가는 살아있는 육체성의 느낌'(p267)과 치열한 사유 끝에 ' 그 수평선 너머에서 새로운 낱말들이 태어나 바다의 새들처럼 날아오기를 기다리는'(p49) 과정의 혹독함을 알기에 나는 감히 글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글쓰기를 포기한 채로 나는 일상의 분주함 속에서 책을 읽고, 모임을 가졌고 여전히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브런치.. 마음 한 편에 묵직한 부담감으로 자리 잡은 채,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과 나의 얕은 사고와 초라한 언어들 사이의 괴리감 사이에서 방황하는 시간을 보내던 중, 벼락처럼 마음을 뒤흔든 책 한 권을 만난 나는 드디어 이 곳에 글을 쓰고 있다.
' 나는 내가 품고 있던 때로는 막연하고 때로는 구체적인 생각들을 더듬어내어, 합당한 언어와 정직한 수사법으로 그것을 가능하다면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 생각들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존경받고 사랑받아야 할 내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사는 세상을 그리워했다. 이 그리움 속에서 나는 나를 길러준 이 강산을 사랑하였다. 도시와 마을을 사랑하였고 밤하늘과 골목길을 사랑하였으며, 모든 생명이 어우러져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꿈을 꾸었다. 천년 전에도, 수수만년 전에도, 사람들이 어두운 밤마다 꾸고 있었을 이 꿈을 아직도 우리가 안타깝게 꾸고 있다. 나는 내 글에 탁월한 경륜이나 심오한 철학을 담을 형편은 아니었지만, 오직 저 꿈이 잊히거나 군소리로 들리지 않기를 바라며 작은 재주를 바쳤다고는 말할 수 있겠다.'
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책은 펴내며」중에서
몇 번을 읽어도 그 감동이 사그라들지 않고 울컥 눈물을 삼키게 된다.
나는 글을 쓰고 싶어 졌다.
' 합당한 언어와 정직한 수사법, 아름다운 표현' 들에 감히 가 닿을 수 없더라도, 좋은 글이 주는 감동을 조금이나마 같이 나눌 수 있다면,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일에 동참하는 일이 될 수 있다면 나의 글쓰기도 의미 있는 일이라 믿으며 말이다.
소중한 이 공간에서 나는 책을 함께 읽고 모임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는 이야기와 반짝이는 일상 속에서 길어 올리는 삶의 깊은 의미들을 기록해나가려고 한다.
나는 내 삶을 기록하는, 브런치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