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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정 Nov 23. 2021

책 명함의 역사

명함 있는 사람이 부러웠다.


별 게 다 부럽네, 무심히 말했지만 남편은 고심해서 첫 명함을 만들어 주었다.


2017년 명함,  터널 안의 등불 

어둡고 컴컴했던 마음에 책이 등불이 되어주었다. 덕분에 내 이름을 찾았고 환하게 빛났다.  



2018년 명함, 씨앗


무수한 책들이 내 안에 뿌려져 무럭무럭 자랐다.



2019년 명함,


책길을 걷고 있다. 길을 내는 사람이 되길 꿈꿨다. 오늘도 묵묵히 그 길을 걷는다.



2020년 명함, 책비


책비가 스며든 내 삶은 무엇을 피워낼까? 그 사이 명함의 뒷 면에 새겨진 세 권의 책. 그 책은 누군가의 삶에 단비가 되어줄 수 있을까?



명함 속에 내 삶이 스며 있다.

나를 일으켜 세우고,

나를 돌보고,

내 삶을 가꾼 책 이야기가 들어있다.



컨셉을 정하고, 키워드를 뽑고, 그 해에 읽은 책들 중 오래 기억하고 싶은 책들을 고른다.

디자인을 해주는 남편과 티격태격 하면서도 믿고 맡긴다.

글자 하나하나 기울이느라 애를 먹은 시안을 다시 되돌리고, 한 글자 한 글자 다른 색으로 입력한 책 제목을 수시로 바꾸거나 빼도 군말 없이 작업을  해주는 남편 덕분에 벌써 여섯 번 째 명함을 만들고 있다.

책 출간으로 미뤄왔던 2020 명함과 조금 일찍 만드는 2021 명함.

각 명함에 담긴 이야기를 천천히 자세하게 써 보고 싶다.





2년 전, 한 초등학교 학부모 연수 강의 이야기를 남편에게 들려주었을 때가 생각난다.


"여보. 나 오늘 기분 좋은 소리 들었어. 오늘 담당 선생님이 끝나고 그러시더라고. `강의가 좋다고 소개 받아서 모신 건데, 정말 좋네요.`라구!"


........


"뭐야~ 왜 아무 말이 없어! 칭찬해줘야지~"


"응..울컥해서. 당신이 인정 받아서 좋다..."


'그래 여보.. 참 더디고 오래 걸린다 그치? 근데 가장 가까이서 지켜봐 준 당신이 인정해주는 걸로도 충분해.`


꺼내지 못한 말을 여기에서 고백한다.


며칠 뒤면 새 명함이 도착한다.

두 개의 명함을 받아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두 개의 키워드 '책잎'과 '책구름'

나의 명함 역사는 또 어떤 이야기로 피어날까.



#북코디네이터의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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