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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정 Jul 30. 2021

브런치를 자주 찾지 않았던 이유

세 번째 책 작업 일지

두 번째 책을 내고 기쁘고 보람된 일들이 많았다.

강의 기회도 여러 차례 있었다.

독자분들이 책을 읽고 싶어졌다고 하거나, 용기를 내서 독서 모임에 가보겠다고 했을 때 책을 쓰기 잘했다고 생각했다.

2쇄는 찍지 못한 채 서서히 책이 잊힐 즈음 세 번째 책에 대한 열망이 불쑥 생겼던 것 같다.

다이어리에 여기저기 책 기획안을 쓰곤 했으니까.

작년 봄 브런치 북을 발행할 땐 나름 기대를 했었다.

눈 밝은 편집자가 50대의 사랑에 대한 글을 읽고 '아, 이거 느낌 좋은데요? 같이 책 만들어 볼까요?'라고 연락을 줄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품었더랬다.


-나쁜 소식이 들고 온 선물-

https://brunch.co.kr/@brunchsy0y/40


이 글이 다음 브런치 메인에 한 번 등장한 적이 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조회수가 찍혀서 기대감은 더 커졌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두 번째 브런치 북도 덕지덕지 미련을 붙여 발행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시작될 즈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드리운 암울한 그림자 속에서 하루하루 잘 버티기 위해 사소하지만 반짝이는 것들을 찾아 모으기 시작했다.

작은 수첩에 모아놓은 글감들을 토대로 세 번째 책의 원고를 혼자서 마음대로 쓰기 시작했다.


가을이 깊어갈 무렵 그토록 꿈에 그리던 '눈 밝은 편집자'를 드디어 만났다.

나를 염두에 두고 책 제목까지 지어 연락을 준 사람이다.


그가 내게 내민 책 제목은 세 번째 책의 부제가 되었다.

오늘도 사랑할 준비를 한다

나는 한동안 브런치를 찾지 않았다. 쓸쓸한 공간이었다.

세 번째 책을 업로드하려고 했더니 최근 몇 달간 글을 쓰지 않아 올릴 수가 없단다.

최소 5편을 쓰란다.

잠시 망설였다.

 딱딱하게 굳은 빵조각, 식어버린 수프, 시들어 가는 샐러드의 채소, 얼음이 녹아 맹탕이 된 아메리카노 커피가 떠올랐다.

우선 뜨거운 커피를 리필해서 천천히 마시며 생각해 보련다.

나에게 브런치는 어떤 공간일까.

나는 여기서 어떤 글을 새로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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