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터널, 짧은 터널, 들어서자마자 끝이 보이는 터널, 언제 끝날지 도무지 짐작이 안 되는 터널....
코로나 19라는 터널은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컴컴한 바이러스는2020년 봄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친정 가는 길에 지나는 터널이 있다. 네 개의 짧은 터널이 이어진다. 뚫린 구간을 지날 때면 환한 햇살과 파란 하늘이 잠깐씩 나타난다. 괴로운 일이 닥칠 때면 터널 속에 내팽개쳐진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벗어나고 싶어 몸부림치지만 앞이 안 보여 겁에 질려있기 일쑤고, 지레 포기하며 주저앉을 때가 많다. 터널을 벗어나려면 어떻게든 움직여야 한다. 빛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없고,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없는 날들이 이어지면서 마음도 점점 어두워졌다. 어떻게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일상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문장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도 책을 펴고, 온갖 넋두리가 이어지는 글이어도 매일 글을 썼다. 학교에 다니면 얼굴도 보기 힘들었을 아이들 끼니를 챙기고, 뒤죽박죽이던 서랍을 엎고 정리했다.
얼마 되지도 않는 귀한 강의 기회가 사라졌을 때는 정말 속이 상했다. 더 이상 강의 기회는 오지 않을 것 같아 좌절스러웠다. 그나마 내가 이끄는 모임들이 있어 다행이었다. 기존에 해 오던 온라인 독서 모임이 있어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다른 모임들도 온라인 모임으로 전환하며 일상을 유지해 나갔다. 모임에서 주력했던 건 무너진 일상에서도 반짝이는 순간들을 찾아 마음을 돌보는 일이었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사소하지만 소중한 것들을 찾아 감사하고, 잠사나마 환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틈새에서 빛나는 것들을 찾아 서로 기뻐하며 기념했다. 어쩌면 다 함께 통과하고 있는 재난의 터널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터널 사이사이 만나는 햇살, 신선한 바람 같은 역할을 해주었는지 모른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 있는 느낌에 사로잡힐 때마다 친정 가는 길에 만나는 터널을 기억하려고 한다.
'이 터널만 지나면 환한 햇살과 뭉게뭉게 하얀 구름이 나타날 거야.'
이런 희망을 품고서 말이다.
바이러스로 인한 재난의 긴 터널 속에서 2020년의 봄이 지나고 있다. 50대의 나이에 들어선다는 게 겁이 나기도 했다. 인생의 사계절에 비유한다면 가을에 접어든 것 같아 우울해지기도 했다. 이제는 어떤 기회도 잡을 수 없을 것 같은 조바심도 났던 게 사실이다. 노화의 징후가 몸 여기저기서 나타나면 또 얼마나 당혹스러운지!
이제 나는 나이 듦이라는 길고 긴 터널 속으로 들어가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겁내지 않으려고 한다. 터널 사이 예고 없이 나타날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들을 기대해도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십 년의 시간을 두고 본다면 50세는 이제 시작이다. 다시, 봄이다. 생각보다 멋진 시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