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짧은 포르투갈 여행기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어느 날 포르투갈 나자레 바닷가 근처 코인 빨래방에 간다. 한국에서 장 볼 때 쓰던 얇은 가방 안에 지난 일주일간 쌓인 빨래를 꽉꽉 담아 넣어 가져간다. 낑낑 들고 내리막길 걷고 저 골목에서 우회전하면 벌써 호스텔 주인아저씨가 알려주신 세탁소가 어디인지 알 수 있다. 투명한 유리 현관문과 창문에 파도를 닮은 구불구불한 필기체로 가게 이름이 쓰여 있다. 가게를 짓고 나서 마침 옆에 있는 해변을 보고 이름을 지었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해변이 있는 걸 보고 그 옆에 세탁소를 짓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름도 해변의 세탁소이다.
안에 들어가 보니 포근한 향기가 가득하다. 많이 맡고 싶어서 숨을 크게 들이쉰다. 의자에 짐을 잠시 내려두고 외국어로 된 안내 글을 읽는다. 이럴 땐 눈을 찡그리고 글자를 드문드문 읽어보면 된다. 모르면 번역기 써도 되지만, 여행 온 지 일주일째 이 정도는 도움 안 받고도 충분히 할 수 있다.
화폐 교환기에서 지폐를 동전으로 바꾼다. 바꾼 동전을 세탁기에 투입하고 가져온 빨래 덩어리 두 개를 기계에 넣고 작동시킨다. 세탁기 안을 보니 옷가지들이 캣휠을 타고 있는 것 같다. 하얀 세제 거품이 이는 파도도 보인다.
드르륵거리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빨래가 다 되길 기다린다. 밖에 지나가는 누군가의 수다 소리가 크게 들렸다가 작아진다. 다 되면 꺼내서 다시 숙소로 간다.
건물 이층에 있는 숙소 발코니 문을 연다. 좁은 복도에 있는 긴 나무 의자에 가방을 두고 옷을 꺼낸다. 빨래는 아까 맡은 향기로 젖어 있다. 빨랫줄에 빨래를 넌다. 연노란색 가는 밧줄이 옷을 널 때마다 휘청인다. 저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널어둔 옷감에 집게도 꽂는다.
다 널었다. 햇살의 강도를 봐선 내일 아침에 다 말라 있을 것 같다. 지금도, 서핑 수업이 취소되어 슬픈 내 마음과 옷가지들을 뜨거운 햇살이 말려주고 있다. 따스하고 바삭바삭해지는 기분이다. 어딘가 멀리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어깨와 허리가 집힌 옷들이 휘날린다.
모 여행 수기 공모전에 냈었던 글
최종 당선작에 오르지 못해 아쉬우니 여기에라도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