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효과와 낙수효과로 설명하는 국가의 스포츠 투자 이유
글쓴이: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정책개발연구실 남상우 연구위원
“아니, 왜 인기도 없는 운동종목에 정부가 돈을 대고 운영을 합니까?”
일전에 한 지인이 던졌던 질문이다. 국가는 왜 스포츠에 투자하는가, 그런 의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 스포츠가 지니는 다양한 가치 때문이다. 그 가치를 믿고 국가가 스포츠에 투자한다. 그 가치 때문에 많은 국민들은 스포츠에 참가하고 스포츠를 즐긴다. 그 가치로 인해 스포츠 산업이 형성되고 재화가 생산된다. 국가가 스포츠에 투자하는 이유다.
‘스포츠는 즐거운 활동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통용되는 전제다. 여기에 덧붙인다. ‘모든 인간은 움직이려는 욕구를 지닌다.’ 사람을 10분만 움직이지 않게 해보라. 괴로워한다. 감옥 내 수감자들, 움직이지 않게 잡아 놓은 아이들,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스트레스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 고유의 욕구이기 때문이다. 호모 모비쿠스(homo movecus)이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이처럼 인간 고유의 욕구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소해주는 활동이다.
‘인간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 한다.’ 이 역시 사실이다. 사람들이 지닌 움직임 욕구 이면에는 건강하고 싶은 본능도 도사린다. 늙으면 죽어야 한다는 어르신들의 습관적 말씀은 대부분이 거짓말이다. 모든 인간은 예외 없이 오래, 건강하게 살길 원한다. 최근 많은 선진국에서 건강수명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년에 사람들이 내세우는 첫째 소망 역시 건강 아닌가? 건강한 삶에 스포츠는 필수다. 국가가 스포츠에 거금을 쏟아 붓는 이유다.
국가가 생활스포츠 정책을 만들어 실행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국민체력과 행복감 증진 때문이다. 스포츠 활동과 행복감 사이에는 매우 강한 긍정 관계가 존재한다.1) 심지어 단 4주 만 피트니스 프로그램에 참가하더라도 삶과 건강 만족도는 높아졌다.2) 체력이 좋아지면 당연히 건강으로 이어지고, 그러면 병원에 덜 가고, 궁극엔 의료비가 덜 지출된다. 선순환이다.
[그림] 국가가 스포츠에 투자하는 두 가지 이유: 분수효과와 낙수효과
이와 함께, 분수효과(trickle-up)도 국가가 생활스포츠에 투자하는 이유가 된다.3) 많은 사람들이 특정 종목을 즐기면 그 중 뛰어난 선수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밭이 좋으면 열매가 좋아지는 원리다. 그렇게 발견된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 국민들은 행복해한다. 더불어 국가 자부심도 높아진다. 다시 생활스포츠에 참가하게 된다. 역시, 선순환이다.
국가가 엘리트 스포츠에 투자하는 이유는 반대다. 낙수효과(trickle-down) 때문이다.4) 김연아 선수가 본보기다. 피겨스케이팅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서 김연아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딴 후 변화가 일어났다. 온 동네 아이스링크장에 연아 언니(누나)처럼 되려는 초등학생들이 나왔다. 엘리트스포츠 성공이 스포츠의 대중적 참여를 촉진한 사례다. 선순환 모델이다. 엘리트스포츠 성공은 국민들의 국가 자부심 증진으로도 이어진다. 90년대, 박찬호 선수가 미국메이저리그에서 삼진을 잡을 때마다 국민들은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워했다. 올림픽 금메달이 애국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다.5)
국가의 돈은 스포츠 산업에도 투자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이해관계자가 얽힌다. 기업이 주로 운영하는 프로스포츠 산업, 스키나 골프로 대표되는 스포츠 장비 산업, 체력과 건강관리를 중심으로 하는 건강 산업, 최근 관심을 받는 스포츠 도시 산업처럼, 다양한 산업이 스포츠와 관련을 맺는다. 이들 이해관계망에 국가도 포함된다. 근본적으로 산업이 발전하면 국가 세수가 늘고, 고용도 창출된다. 늘어난 세수로 국가는 복지 사업을 펼친다. 국민들 삶의 만족도는 높아진다. 결국 국가를 향한 국민 인식도 좋아진다.
결국 국가가 스포츠에 투자하는 이유는 국민 행복이다. 재미와 건강을 추구함으로써 삶의 질과 만족도를 높이고, 그에 따라 국가 자부심과 애국심을 높인다. 안타깝게도 과거 대한민국의 스포츠 투자는 이런 방향이 아니었다. ‘국민 행복’보다는 ‘국가 홍보’에 집중했다.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구조였기 때문이다. 국가 인지도를 높여야 했다. 이젠 바뀌어야 할 때다.
1) Downward, P., & Rasciute, S. (2011). Does sport make you happy? An analysis of the well‐being derived from sports participation. International Review of Applied Economics, 25(3), 331-348; Huang, H., & Humphreys, B. R. (2012). Sports participation and happiness: Evidence from US microdata. Journal of Economic Psychology, 33(4), 776-793.
2) Wicker, P., Coates, D., & Breuer, C. (2015). The effect of a four-week fitness program on satisfaction with health and life. International Journal of Public Health, 60(1), 41-47.
3) Hogan, K., & Norton, K. (2000). The price of Olympic gold. Journal of Science and Medicine in Sport, 3, 203–218.
4) Grix, J., & Carmichael, F. (2012). Why do governments invest in elite sport? A polemic. International Journal of Sport Policy and Politics, 4(1), 73-90.
5) Van Hilvoorde, I., Elling, A., & Stokvis, R. (2010). How to influence national pride? The Olympic medal index as a unifying narrative. International Review for the Sociology of Sport, 45(1), 87-102; Hallmann, K., Breuer, C., & Kühnreich, B. (2013). Happiness, pride and elite sporting success: What population segments gain most from national athletic achievements?. Sport Management Review, 16(2), 226-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