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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츠 읽기 Sep 18. 2018

싸나이와 월드컵

[그녀가 묻고 한 박사가 답한다] 남자는 왜 축구에 미치는가?

그녀가 묻는다. 왜 남자들은 월드컵에, 축구에 미치는지. 그 물음에 한태룡 정책개발연구실장이 답한다. 



은영: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이 끝나니 집안 구석이 다 조용해요. 그런데 왜 남자는 월드컵에  열광할까요? 지금 고3인 내 조카도 월드컵 때문에 기말고사를 아주 말아 드셨더라구요. 

소크라태룡: 남자가 여자보다 월드컵에 더 열광한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입증되었죠. 고시(考試)업계의 속설을 보면, 매년 남녀의 합격비율이 비슷한데 유독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 남자합격생의 수는 5~10%가 줄어든다고 합니다.(1) 그중 2006년과 2010년 사법시험에는 2차 시험이 월드컵 중간에 있어서 여성 합격률이 특히 높았다고 합니다. 그 덕을 본 여성이 106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뭐, 어쩌겠어요. 그렇게 축구가 좋다는데. 


은영: 아니 도대체 왜 그런거죠. 여성도 월드컵을 좋아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소크라태룡:  그 질문에 답하려면 우리나라 남자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할 겁니다. 김정운 소장께서 하신 말씀이신데, 그분은 한국남자를 ‘애 아니면 개다’라고 말씀하십니다. 표현이 좀 거칠지만, 정신분석학자가 보기에 한국남자는 자신을 세련되게 표현하는 능력은 없으면서 그저 울거나 짖기만 하더라는 거죠. 흥미롭게도 축구는 애에게도, 개에게도 매력적입니다. 애도 개도 아니었던 여성은 이해하기 힘들 거에요. 

한 번 볼까요? 일단 축구는 규칙이 쉬워요. 팔을 사용하지 않고 골을 많이 넣는 팀이 이긴다. 이 쉬운 규칙 때문에 남자는 어린 시절부터 축구에 친숙해집니다. 준비물도 간단해요. 공 하나와 골대로 할 물건만 있으면 여러 명이 질펀하게 놀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스포츠를 좋아하는 남자의 첫사랑은 십중팔구 축구입니다.


(source: Pixabay)


은영: 그러고보니 제 남동생도 골목에서 유리창 꽤나 깨 먹었죠. 그런데 아빠는 그걸 또 용서해주는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그런가 보군요.

소크라태룡: 게다가 그 경기의 속성이 야만적이고 원시적이어서 동네에서 침 좀 뱉어본 질풍노도의 시절을 경험한 남자에게 ‘딱’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몇 년 후 군대에 가면 ‘군대스리가’가 펼쳐지고요. 물론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 싫어하신다는 걸 잘 압니다만......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월드컵은 우리나라 사람(아니 남자!)에게 좀 더 각별합니다. 경기 방식이 국가대항전이기 때문이죠. 사실 우리나라는 프로축구에 비해 국가대표팀에 대한 편애가 심해서 혹자는 한국에는 ‘FC코리아’만 있다고 비꼬기도 합니다. 20세기 초 유럽에서는 축구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클럽의 형태로 운영되었는데, 그러다보니 국가보다는 지역이 중심이 되어서 지금도 국가대표팀에 대한 사랑이 우리보다 약한 상황입니다. 


은영: 2002년 월드컵 스페인전이 기억나네요. 4강 올라가는 것을 걸고 페널티킥을 할 때 우리선수는 서로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었는데, 스페인 선수들은 따로 앉아서 놀고 있었죠?

소크라태룡: 네. 지금도 그 나라는 지방색이 장난 아닙니다. 최근 카탈루냐의 독립과 관련된 논란도 있었고요. 엘 클라시코라 불리는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경기는 거의 전투라 할 수 있죠. 거기에 비해서 우리는 지역보다는 국가가 우선적으로 강조되는 사회였고, 월드컵은 ‘FC 코리아’에 대한 무한애정이 그대로 발현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은영: 뭐 그럭저럭 이해는 되네요. 정리하자면 남자는 어려서부터 축구로 사회화 된거라는 말이죠. 첫사랑이자, 생활로서....

소크라태룡: 옳거니. 야구가 로망이라면, 축구는 생활인겁니다. 



(1) http://senior.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22/20121122007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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