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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츠 읽기 Jan 23. 2019

운동선수 은퇴에도 차별이 있는가?

미국 NBA 사례로 본 '외국인' 선수의 은퇴 차별에 대한 연구 소개

이 글은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정책연구실 이영임 박사(경제학 전공)가 작성한 '운동선수의 은퇴 차별'에 대한 에세이입니다. 참고한 연구물의 출처는 아래와 같습니다. 


Groothuis, P. A., & Hill, J. R. (2018). Career Duration in the NBA: Do Foreign Players Exit Early?. Journal of Sports Economics, 19(6), 873-883.


요즘은 프로스포츠 리그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선수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KBO리그나 K리그, KBL, V-리그 등 많은 종목에서 외국인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는 것을 보셨을 것입니다. 인종의 용광로라 할 수 있는 미국 역시 다양한 외국인 선수들이 활약 중이죠. MLB(야구), NBA(농구), NFL(미식축구)에서 수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활동하고 있고, 각 구단 스카우터들은 매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좋은 선수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외국인 선수들의 스포츠계 활약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그 중 심각한 문제가 바로 ‘차별(discrimination)’입니다. 외국인 선수들이 타국에서 활동하며 원치 않아도 경험하게 되는 문제인데요, 대표적으로 인종 차별이 있죠. 이는 종종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되곤 합니다. 또한 성차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은퇴 차별(exit discrimination): 외국인은 좀 더 일찍 은퇴하는가?


그런데 최근 이러한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외에도 스포츠경제학에서는 독특한 차별에 관심을 갖습니다. 바로 ‘은퇴 차별’이나 ‘임금 차별’이 그것이죠. 외국인 선수들의 은퇴 시기나 임금 등을 다른 선수들의 것과 비교했을 때, 과연 설명할 수 없는 차이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관심을 갖는 연구인 것이지죠. 그 중 미국의 경제학자 Groothuis와 Hill은 미국 프로농구 연맹인 NBA에서 활동하였던 선수들을 대상으로 과연 은퇴 차별이 존재하는지를 살펴본 바 있습니다.


이들은 1989년부터 2013년 사이에 NBA에서 활동한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하여 분석을 실시했습니다. 이들이 궁금하게 생각했던 질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미국 프로농구에서 외국인 선수들은 미국 출신 선수에 비해 은퇴를 더 일찍 하는가?” “만약 은퇴를 더 일찍 하게 된다면 어떤 요인이 작용했을까?” 


이를 위해 연구자들은 우선 전체 선수들을 미국 태생 선수와 외국 태생 선수로 분류하고, 외국 태생 선수들은 다시 미국 대학 농구 경험이 있는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로 나누었습니다. 이렇게 세 그룹으로 나누어진 선수들을 대상으로 먼저 은퇴에 대한 위험 비율hazard rate을 계산했습니다. 위험 비율이란 특정 연도인 t년도에 커리어가 종료될 위험이 있는 전체 선수 중 실제 t년도에 은퇴한 선수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이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습니다. 


그래프의 가로축은 경력 기간을 나타내고, 세로축은 위험 비율을 나타냅니다. 당연히 위로 높게 올라갈수록 위험 비율이 높다는 뜻이겠죠. NBA 경력이 시작되는 해부터 7년간의 위험 비율을 살펴보면, 외국에서 태어나고 미국 대학 농구 경험이 없는 선수들(빨간색 네모)은 미국에서 태어났거나(빨간색 다이아몬드) 미국 대학 농구 경험이 있는 외국인 선수(분홍색 세모)에 비해 은퇴 위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마디로, 미국 경험이 전혀 없는 외국인들은 그렇지 않은 비교대상보다 조기 은퇴의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단지 외국인이기 때문에 은퇴차별을 받는가?


그렇다면 이 그래프를 근거로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은퇴 차별이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요? 일단은 “알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값은 선수들의 수행력(performance)을 고려하지 않고 계산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미국 대학 농구 경험이 없는 외국인 선수들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경기력이 좋지 않아서’ 더 일찍 은퇴하게 되었다면, 이는 차별이 아니죠.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선수들의 운동수행력을 고려한 후에도 은퇴 시기에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즉 정말로 “차별”이 존재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선수들의 운동수행지표, 예를 들어 경기 수, 경기 당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 턴오버, 블로킹 등을 분석에 포함시켰습니다. 뿐만 아니라 은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선수 나이, 키, 경력, 드래프트 순번도 포함시켜 은퇴 차별의 존재 여부를 분석하려 했습니다. 자, 이런 변수들을 모두 고려하고도 설명되지 않는 경력 기간의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필시 은퇴 차별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까요?


표가 어렵습니다. 설명을 드리자면, 각각의 성과를 별도로 포함시킨 모형(Model 1)이나, 성과들을 하나의 효율성 지표로 계산하여 포함시킨 모형(Model 2) 모두에서의 실증분석 결과, 이러한 것들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미국 대학 농구 경험이 없는 외국 선수들이 미국 태생 선수나 미국 대학 농구 경험이 있는 외국인 선수에 비해 NBA에서의 커리어가 더 짧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은퇴 차별은 실제 존재했던 것이죠. 그 외에 은퇴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경기에서의 수행력과 선수의 나이 등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외국인 선수들의 빠른 은퇴는 어떻게 설명되는가?


저자들은 이와 같은 외국인 선수들의 빠른 은퇴 원인을 두 측면에서 이야기합니다. 


첫째, 추진(push) 요인입니다. 한 마디로 외부에서 밀어내는 요인이 있었다는 것이죠. 즉, 고객이나 동료, 구단주(감독 포함) 등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외국인 선수들을 팀에 밀어내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밀어내려는 이유가 경기력이 좋지 못해서인지, 팀과 융화를 못해서인지(언어나 문화적 차이로 인한), 아니면 그냥 싫어서인지는 모르죠. 어찌되었듯, 외국인 선수들을 밀쳐내는 어떤 힘으로 인해 은퇴가 빨라졌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둘째, 추진 요인과 반대되는 유인(pull) 요인도 가능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고국이 불러서’ 은퇴를 빨리 했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우리도 그런 경우가 많은데, 미국 리그를 한 번 경험하면 자국 내 리그에서 몸값이 뛰곤 하죠. 그와 같이 미국 리그에서의 경험이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일 수도 있고, 고향에 대한 향수병 때문에 일찍 은퇴할 수도 있었겠죠. 한 마디로, 외국인 선수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그 곳에서 활동할 기회를 얻기 위해 빠른 은퇴를 결정했었을 수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무엇이 되었든, 이 연구는 미국 프로농구에서 활약 중인 외국인 선수들이 자국 출신 선수들보다 은퇴를 빨리하게 되고, 거기에는 개인적, 사회적, 경제적 요인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입증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 프로스포츠 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의 경우는 어떤 경향이 나타날까요? 한 번 밝혀보면 재미있을 내용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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