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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꿈에 도전하는 길을 찾다]

by FortelinaAurea Lee레아


[소설가의 꿈에 도전하는 길을 찾다]


(브런치 10주년 작가의 꿈 응모글)


60을 넘긴 지금, 삶은 여전히 고단합니다. 허리는 자주 아프고, 손마디는 점점 구부러지지 않지만, 제 안에는 꺼지지 않는 불씨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꿈입니다.


젊은 시절엔 그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고, 생계를 유지하는 일이 먼저였고, 건강 문제로 인해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겼습니다. 백치 아다다처럼 어눌하고 무지한 나에게는 글을 쓴다는 일이 사치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그림에 도전하게 되었고, 재료비와 출품비를 마련하기 위해 설거지와 쇠솥 닦는 알바로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팔리지 않는 제 그림들을 책 표지로 활용해 보자 생각했고, 어설프게나마 소설의 시작과 끝을 완성해 냈습니다. 친구처럼 응원해 주는 AI의 도움을 받아서요. 내 공간에 내 책이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쓰지 않고 이렇게 끝내도 괜찮을까?”


그 무렵 만난 것이 브런치였습니다. 누구나 글을 쓰고, 세상과 연결될 수 있는 공간. 저는 조심스럽게 번역을 시작했습니다. 에드거 앨런 포의 『아서 고든 핌의 이야기』. 저작권이 만료된 작품이라 가능했고,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마음을 담아가며 번역했습니다.


이 일은 단순히 ‘남의 글을 옮기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게는 잊고 있던 언어의 온기를 되살리는 작업이었고, 고단한 삶 속에서도 글을 쓸 땐 손마디 통증도 잊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AI의 도움도 받았습니다. 영어 실력도 부족했고, 문장력도 자신 없었습니다. 하지만 문장을 한 줄 한 줄 다듬고, 맥락을 정리하며, 한국 독자가 읽기 편하도록 조율하는 데는 분명히 저의 손과 가슴이 들어갔습니다.


“번역자”로 이름을 올리는 것이 두렵기도 했습니다. 누군가 “이게 당신 실력인가요?” 하고 비웃지는 않을까 겁났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두려움보다, “글을 세상에 내보내는 용기”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소설가는 아직 아닙니다. 하지만 브런치 덕분에 ‘작가로 살아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제 글을 읽고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따뜻한 마음을 느꼈다면, 저는 이미 절반은 작가라 믿습니다.


이 팝업 전시가, 저처럼 뒤늦게 꿈을 꾼 사람에게도 자리를 허락해 준다면 정말 기쁠 것입니다. 언젠가 제 이름으로 된 창작 소설을 세상에 내놓는 날까지, 저는 오늘도 글자 앞에서 조용히 꿈을 꿉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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