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혹은 공허

by FortelinaAurea Lee레아

제5편. 광고, 혹은 공허


현수막은 번쩍거렸다.

“젊은 작가 展 — 새로운 시선, 새로운 세계.”

퍼포먼스 작가 연우의 이름은 맨 아래 작은 글씨로 인쇄되어 있었다.

그보다 크게 눈에 띄는 것은 후원사 로고들이었다.

화려한 광고판 속에서, 정작 예술은 구석으로 밀려 있었다.


연우는 가슴이 답답했다.

“내 이름이 광고보다 작아야 합니까?

내 작품은 도대체 어디에 걸린 거죠?”


전시 일주일 전, 광고대행사 담당자는 무심하게 말했다.

“작가님, 이번 캠페인은 SNS 팔로워와 조회수 중심이에요.

관객들이 얼마나 사진 찍어서 올리느냐가 성공 기준입니다.”


연우는 얼굴이 굳었다.

“제 퍼포먼스는 사진 찍히기 위해 하는 게 아닙니다.

그건… 살아 있는 순간을 공유하는 거예요.”


담당자는 피식 웃었다.

“순간이든 뭐든, 기록이 안 되면 홍보가 안 되죠.

작품은 결국 노출이에요. 광고처럼요.”


그 말은 연우의 가슴을 찔렀다.

작품이 광고라니.

그녀는 광고와 예술 사이의 간극에 몸을 떨었다.


전시장 한가운데, 연우는 준비한 퍼포먼스를 시작했다.

맨발로 유리조각 위를 천천히 걸으며, 붉은 색 비단천을 끌고 갔다.

그 발자국마다 피가 맺히듯 선명한 자국이 남았다.

관객들은 숨을 죽였다.


그러나 곧 휴대폰 카메라 셔터음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찰칵, 찰칵.

“와, 이거 인스타 각인데?”

“해시태그 뭐였지? #젊은작가전.”


연우의 심장은 무너져 내렸다.

그녀가 의도한 건 고통과 치유의 몸짓이었지만,

관객은 오직 ‘사진’만을 남기고 있었다.


퍼포먼스가 끝난 뒤, 광고대행사 담당자가 다가왔다.

“좋았어요. 벌써 해시태그 노출이 만 건 넘었습니다. 성공이에요.”


연우는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

“성공이라니요? 아무도 제 몸짓을 보지 않았어요.

그들은 다 카메라만 봤어요.

내 고통은 공허로 남았다고요.”


담당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공허해도 돼요. 중요한 건 숫자입니다.

작품도 결국 노출 수치로 증명되는 거니까요.”


연우는 참지 못하고 외쳤다.

“그럼 당신들은, 예술을 광고로밖에 볼 수 없는 겁니까?

내 몸은 광고판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놀라 돌아봤다.

그러나 대행사 직원들은 이미 스마트폰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전시가 끝난 뒤, 연우는 홀로 전시장 바닥에 앉아 있었다.

유리조각과 붉은 천은 철거되었고, 남은 것은 얼룩뿐이었다.

그때, 한 소녀가 다가와 속삭였다.

“저, 사진은 못 찍었어요. 근데… 작가님이 걸으실 때 숨이 막혔어요.

그게 아직도 가슴에서 뛰고 있어요.”


연우는 눈을 떨구었다.

그 한마디가, 수천 장의 사진보다 더 큰 힘을 가졌다.


광고비는 결국 빚으로 돌아왔고, 판매는 없었다.

그러나 연우는 알고 있었다.

그녀의 퍼포먼스가 단 한 사람에게라도 닿았다면, 그것은 공허가 아니라고.


그녀는 노트에 조용히 적었다.


광고는 숫자를 남기지만, 예술은 심장을 남긴다.

나는 오늘, 심장을 남겼다.


그리고 붉은 천의 조각을 잘라 작은 봉투에 넣었다.

‘심장이 뛰던 아이에게.’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건네주리라.


— 끝 (제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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