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과 빵

by FortelinaAurea Lee레아

제11편. 돌과 빵


조각가 혜린은 늘 돌과 함께 살아왔다.

그녀의 손끝은 차가운 대리석을 쓰다듬으며 형태를 찾아냈고,

망치질 속에서 새겨지는 균열은 곧 생명의 울림이 되곤 했다.


그러나 오늘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건, 돌이 아니라 빵 반죽이었다.


작업실 임대료를 더는 감당할 수 없게 된 날, 혜린은 작업실을 정리했다.

망치와 정, 대리석 조각들은 창고 구석에 처박혔다.

대신, 생계를 위해 들어선 곳은 작은 제과점의 주방이었다.

“조각가가 아니라 제빵사라니…”

그녀는 웃으려 했지만, 웃음은 곧 눈물로 변했다.


밀가루 반죽을 치대며, 그녀는 돌을 다듬던 손맛을 떠올렸다.

‘돌은 단단했고, 빵은 부드럽다.

하지만 둘 다, 내 손에 생명을 얻는다.’


반죽을 오래 치대다 보면, 손바닥에 돌을 쪼을 때 느끼던 감각이 스며들었다.

“이건 조각이다. 다만, 돌이 아니라 빵일 뿐.”

그녀는 반죽 위에 칼집을 넣으며 마치 대리석에 선을 새기듯 집중했다.

빵이 오븐 속에서 부풀어 오를 때, 그녀는 놀라웠다.

돌에서는 볼 수 없던 ‘숨결’이 빵에서는 피어났다.


하루는 제과점 앞에 꼬마가 서 있었다.

빵을 살 돈이 없는 듯, 유리창 너머로 눈만 반짝였다.

혜린은 잠시 고민하다가, 방금 구워낸 작은 빵을 건네주었다.

“이건 특별한 빵이야. 돌처럼 단단하지는 않지만, 네 배를 든든하게 해 줄 거야.”


아이의 눈이 커졌다.

“고맙습니다. 근데… 선생님 손이 왜 이렇게 딱딱해요?”

그 순간 혜린은 움찔했다.

아이의 손가락이 그녀의 굳은살 위를 지나갔다.

돌을 깎으며 얻은 상처와 굳음.

그 흔적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어느 날, 혜린은 남은 반죽으로 작은 실험을 했다.

반죽을 돌처럼 깎고 다듬어, 조각상 같은 빵을 만든 것이다.

그 빵은 사람 얼굴을 닮아 있었고, 웃는 듯 울고 있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제과점 주인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이게 빵이야, 조각이야?”

혜린은 대답했다.

“둘 다예요. 배를 채우는 동시에, 마음을 울리는 빵이니까.”


그날 이후, 손님들 사이에서 ‘조각빵’이라 불리는 특별한 메뉴가 생겼다.

사람들은 그 빵을 사진 찍어 올리기도 했지만, 어떤 이들은 조용히 눈시울을 붉히며 먹기도 했다.

빵 속에 담긴 돌 같은 혼을 느낀 것이다.


혜린은 밤마다 여전히 창고의 돌조각을 쓰다듬었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나는 돌로도, 빵으로도 조각할 수 있다.”


그녀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예술은 반드시 돌이어야 하는가?

배고픈 세상에서는, 빵도 예술이 된다.

내 손은 오늘도 돌과 빵 사이에서 살아 있다.


그리고 새벽, 그녀는 반죽을 꺼내 들며 미소 지었다.

그 손끝에서 또 하나의 작품, 또 하나의 빵이 태어나고 있었다.


— 끝 (제1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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