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의 갤러리

by FortelinaAurea Lee레아

제26편. 거짓의 갤러리



“출품비는 000만 원이에요. 작품 크기가 크면 추가요금이 있어요.”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밝았다.
그녀는 이미 그 말투 뒤에 숨어 있는 냉기를 몇 번이나 겪어온 터였다.

올해만 세 번째였다.
단체전, 협회전, 기획전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출품비 장사’.
그녀는 알았다.
결국 작가들이 아니라 갤러리의 통장만 풍성해지는 구조라는 것을.

하지만 그녀는 또 낸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그렇게 다짐하면서도,
그림을 벽에 걸 수 있는 기회 하나가
인생의 마지막 끈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전시장 한쪽엔, 이름이 잘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이 걸려 있었다.
작품 앞에는 조명이 따뜻하게 비췄고,
그 옆엔 무명작가들의 그림이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어두운 구석, 벽 끝자락,
사람들이 거의 지나치지 않는 곳.

“이쪽은 신진 작가 존이에요.”
스태프가 말할 때,
‘존(Zone)’이라는 말이 어쩐지 ‘무덤’처럼 들렸다.

그녀는 벽 끝에 자신의 그림을 걸며 속으로 웃었다.
한때는 이 장면이 영광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조롱에 더 가까웠다.

“선생님, 저 사람은 이번에도 출품비 안 냈대요. 학교 라인이라서요.”
옆 작가가 속삭였다.
“그 사람들은 늘 그래요. 돈 안 내고, 중심에 걸려요.”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다.
그들은 ‘예술’보다 ‘소속’을 그렸다.
‘색’을 칠하는 대신 ‘인맥’을 쌓았다.
그들의 그림은 정교했지만, 숨이 없었다.



밤늦게 전시장 불이 꺼지고,
그녀는 몰래 자신의 작품 앞에 섰다.
그림 속에는 푸른 안개 같은 것이 피어올랐다.
그건 슬픔이었을까, 아니면 오래된 희망의 잔향이었을까.

“언젠가, 내 그림이 벽이 아닌 마음에 걸리길.”
그녀는 중얼거렸다.

그 순간,
창밖에서 한 줄기 바람이 스며들었다.
그 바람이 그림 위를 스쳤다.

마치 그림이 대답하는 듯,
캔버스 위의 빛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녀는 그 작은 떨림을 보며 미소 지었다.

“그래, 진짜 그림은 벽에 거는 게 아니야.
숨 쉬는 곳에 남는 거지.”


다음 날,
그녀는 단체전 단톡방을 조용히 나왔다.
대신 자신의 작업실 벽에 새 그림을 걸었다.
그 그림에는 값도, 심사도, 이름도 없었다.

단지 자신의 하루와 호흡만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끝.


이전 25화화이트 큐브의 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