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른들의 동화 ]

by FortelinaAurea Lee레아


[ 어른들의 동화 ]


태초에 천지창조가 일어나고, 그 후로 긴긴 세월이 흐르며 하수상한 일들이 벌어졌다. 그중 가장 하수상한 일이 지구상에서 벌어졌는데, 그건 바로 사자왕과 고릴라 대장의 웃긴 헤드폰 전쟁이었다.

밀림 속에 사자왕이 있었는데, 이 사자왕은 뭐랄까, 조금 느긋하고 느릿한 스타일이었다. 사냥보다는 햇볕을 쬐며 노는 걸 좋아했고, 그럴 때마다 곁에서 하인들이 열심히 부채질을 해주었다. 어느 날, 사자왕의 충성스러운 하인이 급하게 달려와 보고했다.


"사자왕님, 큰일입니다! 저쪽 고릴라 마을 대장이 멋진 헤드폰을 끼고 춤을 추고 있답니다! 음악이 나온다나요?"


사자왕은 귀가 솔깃해졌다. 헤드폰이라니? 그건 대체 뭘까? 음악이 나오는 마법 같은 물건이라니, 사자왕의 마음에 불이 붙었다.


"그래엥? 그럼 당장 그 헤드폰을 가져와라!"

사자왕은 하인에게 명령을 내렸다.


하인은 곧장 고릴라 마을로 달려갔다. 거기엔 고릴라 대장이 있었고, 정말이지 멋진 헤드폰을 끼고 그루브를 타고 있었다. 고릴라 대장은 비트를 느끼며 어깨를 들썩거렸지만, 하인의 등장에 잠시 멈추고 말했다.


"뭐, 무슨 일이냐? 내가 지금 멋진 비트를 즐기고 있는 거 안 보이냐?"


사자왕의 하인은 거침없이 말했다.

"우리 사자왕님께서 그 헤드폰을 원하신다네! 당장 넘겨라."


고릴라 대장은 코를 긁적이며 생각했다. '이거 사람 멸종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받은 귀한 선물인데… 그럼 그냥 줄 순 없지. 이걸 어떻게 하지?' 그러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알았다. 내가 헤드폰을 주겠다. 대신 나도 왕이 되고 싶으니 사자왕님의 왕관을 가져오면 교환해 주지."


하인은 얼른 이 말을 사자왕에게 전했다. 사자왕은 고민하다가 왕관 하나쯤이야 생각하며 고릴라에게 왕관을 보내주었다. 그리하여 사자왕은 드디어 고릴라 대장의 헤드폰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사자왕은 왕관을 벗을 수가 없었다. 왕관은 사자왕의 절대적인 상징이었고, 왕관을 벗는 순간 더 이상 왕이 아니니까! 그러다 사자왕은 똑똑한 척하며 헤드폰을 반으로 딱! 부러뜨렸다. 그리고 왕관 양옆에 헤드폰을 걸쳤다. 하지만 음악은… 당연히 나오지 않았다. 그는 멍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어흥, 어흥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음악이 들리는 척해야지… 어흥~ 어흥~"


한편, 고릴라 대장도 문제가 있었다. 왕관을 받긴 했는데, 왕관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 왕관을 쓰려면 헤드폰을 벗어야 하는데, 그랬다간 다른 침팬지가 그토록 탐내던 헤드폰을 빼앗으려 달려들 게 뻔했다. 그래서 고릴라 대장은 대충 헤드폰 위에 왕관을 얹어놓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웃었지만, 고릴라 대장은 왕관이 써져 있다는 것에 뿌듯했다.


이렇게 해서 밀림의 사자왕과 고릴라 대장은 각각 왕관과 헤드폰을 제대로 쓰지도 못한 채 웃기는 꼴을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인간, 긴 수염을 가진 남자는 폐허 속에서 헤드폰 하나만으로 멸종된 인류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 헤드폰, 정말 좋군. 그런데… 이거 사자랑 고릴라가 탐내려는 거 같은데?"


지구의 마지막 순간이 가까워졌지만, 사자왕과 고릴라 대장은 왕관과 헤드폰을 잘못 쓴 채 여전히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서로의 것을 부러워하며 살아갔다. 세상은 변해도, 웃음은 사라지지 않는 법이었다.

작품 01 - 사자왕의 왕관과 부서진 헤드폰
작품 02 - 고릴라대장의 음악이 나오는 헤드폰과 쓰기힘든 왕관
작품 03 - 인간계의 마지막남자와 사람소리나는 헤드폰


혜성 이봉희 작가의 작업 공간이므로 모든 내용 또는 사진, 그림 등등 모든 자료는 무단복제 및 유사사용을 허락하지 않으며 또한 불펌을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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