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개꽃 ]

( 하얀 면사포 ) A단편소설

by FortelinaAurea Lee레아

단편소설: '안개꽃'

1. 안개의 호수

새벽이 깨어나는 호숫가. 차가운 공기 속에서 물안개가 천천히 피어오르며 붉은 장미처럼 고개를 든다. 그 호수 위로 창백한 여인이 홀로 서 있다. 얇은 흰 드레스가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며, 마치 한 송이 안개꽃처럼 그녀를 감싸 안았다.

여인의 이름은 수연이었다. 그녀는 이른 아침마다 호숫가를 찾아오곤 했다. 호수는 그녀의 슬픔을 담아내는 거울 같았다. 물안개는 어쩌면 그녀의 감정일지도 몰랐다. 모든 게 불투명하고 혼란스럽지만, 그 속에서 어느 순간 잔잔히 가라앉는 고요함을 찾으려는 마음.

멀리서 한 남자가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이름은 민준이었다. 냉정하고 이성적인 성격으로 알려진 그는 항상 정해진 규칙 속에서만 움직였다. 사랑조차도. 그에게 사랑은 언제나 계산적인 감정이었다.

수연은 민준을 사랑했다. 그러나 그 사랑은 편협하고 이기적인 사랑이었다. 민준은 그녀의 사랑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그 마음 깊은 곳에는 언제나 차가운 거리감이 존재했다. 그 거리감이 그녀를 더욱 깊은 슬픔에 빠뜨렸다. 마치 그녀가 손에 쥐고 있던 붉은 장미처럼, 그의 마음은 아름다워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가시에 찔리는 고통을 느꼈다.

2. 만남과 거리

“왜 매일 이 시간에 나오는 거지?” 민준이 조용히 물었다.

수연은 대답 대신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호수를 바라보았다. “여기 있으면, 모든 게 흐려져. 그래서 좋아. 선명한 게 없으면 상처도 덜해지니까.”

민준은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에게 세상은 언제나 선명해야 했다. 모든 것은 명확한 이치에 따라 움직여야 했다. 그에게 사랑이란 감정조차도 계획된 범주 안에 있어야 했고, 그 이상은 허용되지 않았다.

“너는 너무 감정에 치우쳐. 감정은 언제나 이성을 흐리게 만들지,” 민준은 말하며 차가운 눈으로 수연을 바라봤다.

수연은 그 말을 듣고 웃음을 지었다. 슬프게, 그러나 따뜻하게. “너는 항상 그렇게 차가워. 네 사랑도 계산적이고, 모든 게 정해져 있어. 하지만 그게 꼭 옳은 걸까?”

그녀는 붉은 장미를 내려다보았다. 가시에 손끝이 찔려 피가 흘렀지만, 그녀는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사랑은 아프잖아, 민준. 하지만 그 아픔이 있어야 진짜 사랑이야.”

민준은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는 한참 동안 수연을 바라보았지만, 그녀가 말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계산되지 않은 감정이 그를 혼란스럽게 할 뿐이었다.

3. 안개속의 진실

몇 주 후, 수연은 더 이상 호수에 나타나지 않았다. 민준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녀가 사라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처음으로 그녀가 없는 아침의 호수 앞에 섰다. 물안개는 여전히 피어오르고 있었지만, 그날따라 더욱 짙어 보였다.

그는 안개 속에서 수연의 흔적을 찾으려 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뭔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려 했지만, 점점 더 그녀의 부재가 그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그제서야 민준은 깨달았다. 수연이 그에게 원한 것은 이성적인 사랑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그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길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마음을 외면했고, 그 사랑을 가시로만 받아들였다.

4. 잃어버린 사랑

시간이 흐르고, 민준은 점차 그리움 속에서 수연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들이, 그녀의 미소가, 그녀의 따뜻함이 그의 차가운 마음을 조금씩 녹여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수연은 그에게 사랑의 의미를 가르쳐주려 했지만, 그는 그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결국 그는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던 것을 잃었다. 그녀는 사라졌고,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물안개 속의 그리움뿐이었다.

그날, 민준은 그녀가 남긴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사랑은 아프지만, 그 아픔 속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이 피어나는 거야.”

그는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안개 속에서 서서히 흐려져 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붉은 장미도, 물안개도, 이제는 모두가 사라지고 있었다.

5. 에필로그

민준은 더 이상 그녀를 찾아 헤매지 않았다. 대신, 그는 그녀가 남긴 사랑의 흔적을 마음속에 간직했다. 그것은 편협하고 이기적이었던 자신의 사랑이 아닌, 수연이 가르쳐준 진정한 사랑이었다.

그는 매일 아침 호숫가에 서서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이 잃었던 사랑의 아름다움을 되찾으려 노력했다.

호숫가에 핀 붉은 장미는 여전히 가시가 있었지만, 이제 그는 그 가시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사랑은 아프지만, 그 아픔 속에서야 비로소 진정한 사랑이 피어나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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