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의 자리 ]

( 권위가 권위를 위해 고군분투하던 왕의 자리 ) A 단편소설

by FortelinaAurea Lee레아

어느 깊은 숲 속, 호랑이와 표범이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호랑이는 위엄 있는 체구와 단단한 근육을 자랑하며, 묵직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대지를 울렸다. 반면 표범은 날렵하고 유연한 몸으로 긴장을 유지하며, 언제든 달려들 수 있는 자세를 갖추고 있었다. 두 맹수 사이에는 침묵이 흘렀고, 그들의 예리한 눈빛은 서로의 심장을 겨누고 있었다.

숲 저편에는 포수가 숨어 있었다. 그는 오래된 중절모를 삐딱하게 눌러쓰고, 허리에는 권총, 손에는 장총을 쥐고 있었다. 두 맹수 중 한 마리라도 잡으면 엄청난 성공이 될 것이라는 욕망이 그의 눈을 빛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도 인간일 뿐, 이 맹렬한 두 생명체 앞에서 그의 속은 두려움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호랑이와 표범은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그들을 노리는 인간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


먼저 움직인 건 표범이었다.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며 호랑이에게 덤벼들었다. “크아앙!” 거대한 포효가 숲을 가르며 퍼져 나갔다. 그러나 호랑이는 가볍게 표범의 공격을 받아치고, 앞발로 표범을 제압했다. 표범은 재빨리 몸을 돌려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표범은 다시 공격 태세를 갖추고, 언제든 호랑이를 물고 찢을 듯한 눈빛을 보냈다.


호랑이 역시 당당했다. “얼마든지 상대해 주마”라는 듯한 자세를 취하며 표범을 향해 위협적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당당함과는 달리, 호랑이는 이미 인간의 냄새를 감지하고 있었다. 바람에 섞인 인간의 흔적과 미세한 풀들의 흔들림이 포수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호랑이와 표범 모두 인간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서로를 의식하며 신중하게 행동했다.


그 순간, 인간의 긴장이 극에 달했다. 호랑이의 눈에서 예리한 빛이 번쩍이는 것을 본 포수는 그만 놀라 장총을 쐈다. 총알은 허공을 가로질렀고, 순간적으로 모든 것이 정지한 듯 보였다. 숲 바닥에는 선혈이 낭자하게 흩어졌다. 셋 중 하나, 혹은 둘이 쓰러졌는지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흘렀다.


시간이 흘러, 숲 속 바닥에는 피 흘린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누군가가 숲 속으로 질질 끌려가며 남긴 자국이었다. 누가 살아남았고, 누가 쓰러졌는지는 끝내 알 수 없었다. 인간도, 맹수도, 모두 경계의 끝자락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인 그 순간, 숲은 다시 깊고 고요한 침묵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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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와 표범과의 대화

호랑이가 어흥하니 표범은 등을 곧 추세우고 예리한 눈빛을 쏘아댄다.

호랑이는 듬직한 체구

표범은 날렵한 육체적 섹시하다.

포수는 삐딱한 중절모를 쓰고

권총을 허리에 차고 장총을 겨누었다.

둘 중 한 놈만 잡혀도 큰 성공이다.

인간과 동물의 제왕 경계선에서 셋은 서로를 경계하듯 미동조차 없다

가장 나약한 인간은 사시나무 떨듯 속이 울렁거렸지만 승부를 봐야 한다.

호랑이와 표범이 맞붙어 싸운다.

크아앙

표범은 호랑이의 앞발에 제압당하고 꼬리를 내리고 나무 위로 올라가 공격자세를 취하고 금방이라도 물고 할퀼 듯 한 자세를 취했다.

호랑이 또한 얼마든지 상대해 주마라는 아주 당당한 포즈와 표범을 표적으로 삼았으나 그러나 속내는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의 냄새를 바람을 통해 위치를 확인하고 있었고, 미세한 풀들의 흔들림으로 숨소리를 느끼며 양쪽모두 동시에 안보는 척 지켜보고 있었다.

호랑이의 눈에 아주 예리한 섬광이 비추는 찰나의 순간에 놀란 인간의 총알 하나가 허공을 가로질렀다.

바닥에 선혈이 낭자하다.

셋 중에 둘, 또는 하나.

숲 속으로 질질 끌고 간 바닥에 남은 흔적.

- 혜성 이봉희 [왕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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