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인 빨래방의 몽상가들 ]

(코인 빨래방 ) 시와 A단편소설

by FortelinaAurea Lee레아

• 코인 빨래방 주인 : 32세 ( 몽상가, 여자, 늘 오고 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코인세탁기를 돌리는 모습들을 보며, 몽상과 상상을 하며 현실을 살며, 삶에 대한 의미를 찾으려 한다.)

• 사진작가 : 28세 ( 현실 속에서 이상을 찾으러 도시를 카메라에 담는 남자, 길을 걷다가 커피 한잔 마시려고 두리번거리는 중에 작은 꽃가게에서 뿌려진 물벼락을 맞아 근처 코인 빨래방을 찾아와서 잠시 옷을 빌려 입고, 세탁 중에 일상을 카메라에 담으며, 새로운 사랑과 삶을 바라본다.

• 소설가 : 52세 ( 작가가 되고자 은둔고심과 고뇌 속에 세월을 잃어버린 중년의 배불뚝이 여자, 헝클어진 머리, 지저분한 집시치마, 늘 담배를 입에 물고 산다.)

• 처녀별자리 꽁지머리 남자 : 추상 미술가, 81세, 아직도 자신은 30대라고 착각 속에 사는 남자, 코인 빨래방에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며, 누가 버리고 간 헌 옷들을 잘라 조각내어 넓은 판에 작품을 만들지만 아직도 아무도 멋있다고 알아주는 이 없음에, 마음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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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에 찌든 옷과 이불들을 큰 통에 넣는다.

세제 넣고, 유연제 넣고, 뚜껑을 닫고

지폐를 기계에 넣어 코인으로 바꾼 후 동전을 기계에서 원하는 만큼 넣는다.

윙윙 큰 통이 잘도 돌아간다.


분무기에서 물이 뿜어져 나온다.

통 안에 빨랫감들 이리저리 뒤섞이며

옷들이 샤워를 한다.

냄새나는 양말들도 서로서로 엉키며 물을 머금는다.

윙윙 큰 통이 잘도 돌아간다.


커다란 바구니에 시원하게 샤워한 옷가지들 건조기로 옮겨지고 통속에서 따듯한 바람이 불어 옷가지들을 하나씩 말린다. 윙윙 큰 통이 잘도 돌아간다.


둥근 보름달 속에서 놀고 있는 빨랫감들.

손에 손잡고 뱅글뱅글.

옷에 묻은 흙은 털어 버리고

먼지도 털어냈다.

뽀송한 옷가지들 하나씩 고이 접어

옷 같은 느낌으로 주인을 맞는다.

기분 좋아진 주인도 샤워 후 새 옷을 입는다.

때 묻은 냄새는 간데없고

새 옷의 향기만 남았다.

오늘 입고 나면 또 빨래방에 가겠지.

빨래방에서 세상얘기를 한다.

하루를 빨래방에서 보내는 사람들과 그들의 옷가지들.

문밖에 검은 고양이, 고인 웅덩이를 들여다보는 까마귀 서너 마리

- 혜성 이봉희 [코인 빨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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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인 빨래방의 몽상가들 ]

도시의 한 모퉁이에 자리한 작고 오래된 코인 빨래방. 비가 내리는 날이면 더 자주 찾아오는 사람들과 이야기가 흘러가는 곳.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마치 다른 세계에서 펼쳐지는 듯한 기묘한 느낌을 주었다.

1. 코인 빨래방 주인: 은하의 몽상

32세의 은하는 세탁기들이 윙윙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몽상에 잠기는 것을 좋아했다. 사람들은 그저 빨래를 하러 오지만, 은하의 눈에는 그들의 일상이 세탁기 속에서 뒤섞이고 돌아가는 모습으로 보였다. 빨래가 깨끗해지듯, 사람들의 삶도 조금씩 정리되고 새롭게 시작되는 것 같았다.

오늘도 은하는 문을 열어 놓고,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세탁기는 마치 시간을 돌리는 기계 같아. 사람들의 시간을 뒤섞고 다시 깨끗한 시간을 만들어내는 거지.' 은하의 몽상은 세탁기와 함께 돌아갔다.

2. 사진작가: 환상의 찰나

28세의 사진작가 지훈은 도시의 현실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오늘도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커피를 한잔 하려고 근처 카페를 찾던 중 꽃가게 앞에서 분무기에서 나온 물벼락을 맞고 말았다. 순식간에 젖은 옷 때문에 그는 코인 빨래방을 찾았다. 옷을 세탁하는 동안, 지훈은 세탁기 앞에 앉아 카메라를 들고 코인 빨래방의 풍경을 담기 시작했다.

은하가 돌아가는 세탁기를 바라보며 몽상에 잠겨 있을 때, 지훈의 카메라가 그녀를 포착했다. 그녀의 얼굴에 스치는 빛, 세탁기 속에서 돌아가는 빨랫감의 리듬. 그는 그 순간 은하가 자신이 찾던 이상적인 이미지를 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빨래방, 아주 기묘하네요,” 지훈이 말을 걸었다.

“여기서 빨래를 하다 보면, 세상 모든 이야기가 여기에 담기는 것 같아요,” 은하가 웃으며 대답했다.

둘은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삶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치 그 순간 모든 것이 멈추고, 세탁기 안에서 시간이 뒤섞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3. 소설가: 잃어버린 시간

52세의 배불뚝이 소설가 혜원은 머리가 헝클어진 채, 언제나 코인 빨래방에 들어왔다. 그녀는 언제나 지저분한 집시치마를 입고, 입에서 담배를 떼지 않았다. 오랜 세월 동안 그녀는 은둔하며 글을 썼지만, 이제는 세월이 흘러버린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녀가 코인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의자에 앉자마자, 지훈이 카메라를 들고 그녀를 찍으려 했다. 혜원은 사진을 찍히는 것을 싫어했다. "이봐, 내가 모델이라도 된 줄 알아?" 그녀가 투덜거렸다. 하지만 은하가 슬쩍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요, 작가님. 당신은 코인 빨래방의 주인공이잖아요."

혜원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시간은 멈췄지만, 이곳에서 돌아가는 세탁기처럼 다시 한번 인생의 흐름을 되찾을 수 있을까?

4. 처녀별자리 남자: 잃어버린 젊음

81세의 추상 미술가, 그는 언제나 꽁지머리를 묶고 세탁기에 헌 옷들을 넣었다. 그 옷들은 누군가 버린 옷들이었지만, 그는 그 옷들을 조각내어 커다란 판에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작품을 알아주는 이는 없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이 30대라고 착각하며 살았지만, 그 착각 속에서 그는 매일 새로운 작품을 만들며 하루를 보냈다.

그가 세탁기를 돌릴 때마다, 마치 그의 마음속에서 돌아가는 인생의 이야기들이 빨래 속에 섞여버리는 것 같았다. 그는 여전히 자신만의 예술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5. 검은 고양이와 까마귀들: 마법의 신호

코인 빨래방 앞에 서 있는 검은 고양이는 마치 이 모든 이야기를 알고 있다는 듯 고요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웅덩이를 바라보는 까마귀 서너 마리가 있었다. 그들은 마치 이곳에서 일어날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은하는 그들의 존재를 보며 무언가를 느꼈다. "이건 마치 우리가 모르는 세계에서 보내는 신호 같아, " 그녀는 속삭였다.

그리고 그 순간, 세탁기에서 돌아가던 소리가 멈추고, 모든 빨래들이 마치 마법처럼 새롭게 변해 있었다. 그곳에서 삶의 새로운 이야기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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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빨래방은 단순한 세탁소가 아니었다. 그곳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돌아가고, 새로운 삶의 시작이 기다리고 있는 마법 같은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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