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박사는 로봇의 머릿속에 깊이 몰두한 채로 손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손끝에서 연결된 조종 장치는 섬세하게 움직이며 인간의 몸속에서 암덩어리를 제거하고 있었다. 로봇의 팔은 매우 정밀하게 움직였고, 그 움직임은 인간 의사의 손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빠르게 작업을 이어갔다. 암세포 주변 조직을 제거하는 과정은 신중했고, 매 순간이 중요했다.
"그렇다. 암이란 놈은 항상 형태가 불규칙하지. 그러니 안전하게 하려면 암 주변 조직까지 더 많이 제거할 수밖에 없지." 박사는 마이크를 통해 차분히 말하면서 수술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인간이 견딜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작업해야 해. 그 경계를 넘어가면 우리는 더 이상 치료가 아니라, 파괴를 하고 있는 셈이지."
옆에서 수술을 보조하고 있던 젊은 의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인간이 견딜 수 있는 한계란 결국 우리가 어디서 멈추느냐에 달려있다는 말이군요. 박사님께서 조종을 멈추는 그 순간이 인간 생명의 마지막 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박사는 잠시 그 말을 곱씹으며 대답했다. "그렇지. 의사의 판단 하나하나가 생명에 직결되지.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다르다." 그는 로봇 팔을 통해 정밀한 부품을 환자의 장기 대신에 삽입하며 말을 이었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암을 제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의 몸을 재구성하고 있어. 고장 난 부분을 교체하고, 새로운 부품을 추가하는 셈이지. 이로 인해 인간은 더 강해질 수도, 아니면 그 경계를 넘어 더 이상 인간이 아닐 수도 있지."
젊은 의사는 박사의 말에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면, 우리가 하는 일이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말씀이군요. 그럼 인간성과 기계성의 경계는 어떻게 되죠? 우리가 언제까지를 인간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박사는 조종을 멈추고 로봇의 팔을 거두며 조용히 말했다. "그것이 우리가 오늘 이 실험을 통해 찾고자 하는 답이야. 인간은 더 이상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적인 의미의 인간이 아닐 수도 있어. 하지만 그 경계가 무엇인지는 우리 스스로가 정의해야 할지도 모르지."
수술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환자의 몸속에 있던 암덩어리는 완전히 제거되었고, 그 자리는 기계 부품들로 채워졌다. 이제 남은 것은 환자의 몸이 이 새로운 상태를 받아들이고, 다시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박사는 로봇의 기억 회로를 끄며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우리가 만들어낼 새로운 존재가 인간일지, 아니면 그 이상의 무언가 일지는 이제 시간만이 답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