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 제로의 시대 ]

Z - 5

by FortelinaAurea Lee레아

캡슐 안에 누워 있는 환자의 몸은 이미 살과 기계 부품들이 엉겨 붙어 있었다. 생체 조직과 금속 부품이 뒤섞인 그 모습은 한편으로는 인간의 모습 같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질적이었다. 박사는 집중해서 나노 크기의 미세한 전극을 환자의 몸속에 연결하고 있었다. 그가 찾고 있는 것은 바로 인간의 전기 자극점, 그리고 그 자극과 완벽히 일치해야 하는 기계 부품의 전기 연결 지점이었다.

"조금만 더... 전류를 너무 세게 주면 안 돼..." 박사는 조용히 속삭이듯 말하며, 매우 신중하게 도구를 조작하고 있었다. 그가 사용 중인 도구는 나노 단위로 제어 가능한 특수한 로봇 팔로, 인간의 신경과 핏줄을 살피며 기계 부품과 하나로 엮고 있었다.


그러나 옆에서 보조하던 젊은 의사는 조금 더 힘을 주어 회로를 연결하려다 실패하고 말았다.


"박사님, 잘 안 들어가는데요. 뭔가 막힌 것 같아요." 그가 말했다.


박사는 고개를 저으며 경고했다. "그렇게 세게 주면 안 돼. 선들이 녹거나 타버릴 수 있어. 이건 매우 섬세한 작업이야. 천천히, 아주 천천히 돌려야 해."


박사의 손길은 극도로 조심스러웠다. 인간의 신경과 혈관은 매우 섬세하고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었고, 기계와의 연결은 작은 실수 하나로도 파괴될 수 있었다. 기계가 인간의 몸과 완벽하게 결합하려면, 전류의 흐름이 일정하고 미세해야 했다.


"이쪽을 이렇게 해야지." 박사는 조금 더 힘을 빼고 미세한 도구를 돌렸다. 기계가 살 속으로 더 깊이 자리 잡으며, 드디어 환자의 몸에 있는 전기 자극점과 정확하게 연결되었다.


한순간, 환자의 신경계와 기계 부품 사이에 작은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아주 미약한 전류였지만, 그것은 인간의 신경과 기계 부품이 하나로 연결되었음을 뜻하는 신호였다.


박사는 숨을 돌리며 말했다. "인간의 신체는 연약하지만, 동시에 놀라운 회복력과 적응력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 그걸 유지하는 건 결국 정신력이야. 몸이 기계와 하나가 되더라도, 정신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어."


젊은 의사는 그 말을 곱씹으며 환자의 신경을 연결하는 박사의 손길을 지켜봤다. 과연 이 새로운 형태의 존재는 무엇이 될까? 인간일까, 아니면 기계일까? 아니면 그 둘을 뛰어넘는 또 다른 존재일까?


이 작업이 끝나면, 환자는 새로운 삶을 살아갈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삶과 기계로서의 기능이 결합된 그 새로운 형태는 앞으로 어떤 미래를 열어갈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제로의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