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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이봉희 Sep 20. 2024

[ 제로의 시대 ]

Z - 16

윤재는 자신의 결단을 내리고, 박사와 함께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나아갔다. 그는 동면에서 깨어나기 전까지 '제로의 시대'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박사는 그 단어를 자주 언급하고 있었다. 윤재는 아직 그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곧 그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박사는 윤재를 연구소 바깥으로 데려갔다. 25년이 지난 세상은 그가 기억하던 것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하늘은 여전히 푸르렀지만, 도시의 풍경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거대한 나무들이 기계와 결합된 모습으로 도시 곳곳에 우뚝 서 있었고, 인간과 자연, 기술의 경계가 모호해진 사회가 윤재를 맞이했다.


“이것이 ‘제로의 시대’입니다,” 박사는 윤재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제로는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을 의미합니다. 이 시대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동시에 공존하는 시대죠. 신인류와 구인류가 공존하지만, 그 둘의 경계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윤재는 주변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단순히 기술에 의존하지 않았다. 그들은 기술을 자신들의 몸과 일상에 자연스럽게 통합해 가며,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나무와 같은 생명체들이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며 그들에게 필요한 자원을 공급했고, 사람들은 자연의 일환으로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신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되었나요?” 윤재는 박사에게 물었다.

“신인류는 새로운 질서를 구축했습니다,” 박사가 대답했다. “그들은 기존의 인간을 초월하는 능력을 가졌지만, 완전히 다른 존재로서가 아니라, 자연과 기술의 융합된 결과로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 시대가 모두에게 이상적이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기술과 자연의 균형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죠. 일부는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연과 기술 사이에서 길을 잃기도 합니다.”


윤재는 박사의 말을 들으며 자신이 깨어난 이 시대가 단순한 유토피아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로의 시대는 기술과 자연의 조화라는 이상을 추구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갈등과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순수한 자연 속에서 살 수 없었고, 동시에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도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존재의 의미와 방향성을 찾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윤재는 자신의 책임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세상은 자신이 꿈꿨던 미래였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었다. 이 새로운 시대에서 그는 무엇을 해야 할까?


“윤재님,” 박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당신의 프로젝트는 여전히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는 당신의 지혜와 통찰이 필요합니다. 신인류의 리더로서, 당신이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기술과 자연의 조화가 진정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선 당신의 역할이 필수적입니다.”


윤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깨어났고, 그가 남긴 유산은 여전히 이 세상에 깊은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이제 그는 다시 한번 그 길을 걸어가야 했다. 자연과 기술, 그리고 인간의 경계를 넘어서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만 했다.


그는 박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장소로 데려가 주세요. 제가 만든 세계를 바로잡을 시간이 왔습니다.”


박사는 윤재의 결단에 미소를 지었다. 제로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시대의 완성을 위해 윤재는 다시금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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