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는 의식이 흐릿한 상태에서 깨어났다. 그의 몸은 여전히 무거웠고, 머릿속에서는 복잡한 생각들이 뒤엉켜 있었다. 그는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본 풍경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해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차가운 캡슐 안에서의 시간이 그에게는 영원처럼 느껴졌다.
그의 눈앞에 박사와 간호사가 서 있었다. 박사는 차분한 목소리로 윤재를 안심시키려는 듯 말했다. “윤재님, 무리하지 마시고 천천히 호흡하세요. 알약과 따뜻한 차를 준비했으니 드시면서 천천히 회복하시면 됩니다.”
윤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머릿속은 여전히 혼란스러웠지만, 그는 서서히 의식을 되찾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그가 깨어난 세계가 과연 그가 떠났던 세계와 같은가 하는 의문이었다. 그의 뇌는 기계와 자연, 인간의 경계에서 고민하던 그 순간에서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윤재는 박사에게 물었다. “지금이… 몇 년이 지났죠?”
박사는 잠시 망설였다가 대답했다. “당신이 동면에 들어간 지 정확히 25년이 지났습니다.”
25년. 윤재는 그 시간의 무게를 실감하지 못한 채로 허공을 바라봤다. 그는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았다. 자신이 깨어난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너무나도 궁금했고, 그것을 확인하고 싶었던 마음에 이 길을 선택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가 진짜로 알고 싶었던 것은 그 자신이 여전히 같은 윤재인지, 아니면 변해버린 존재인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내가…” 윤재는 고개를 들어 박사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내가 여전히 나인가요? 내 의식, 내 생각은 그대로인 건가요?”
박사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당신의 기억과 의식은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몸은 상당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동면 기술과 유전자 조작을 통해 당신의 신체는 재구성되었고, 기계와 생명체의 융합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제 당신은 단순한 인간이 아니라, 신인류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윤재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침묵에 빠졌다. 그가 원하던 미래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미래가 그가 상상했던 것과 동일한지, 아니면 그가 너무 멀리 나아가 버린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떠올랐다.
그는 엠마가 떠올랐다. 엠마는 그가 선택한 길을 경고하며 기술과 자연의 조화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했던 사람이다. 윤재는 그녀의 철학을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결국 그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엠마가 이 시대에 살아있다면, 그녀는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윤재는 박사를 다시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이 세상은 어떤가요? 내가 떠나기 전과 많이 달라졌나요?”
박사는 잠시 고민하더니 천천히 대답했다. “많이 변했습니다, 윤재님. 기술과 자연은 이제 완벽하게 융합된 상태입니다. 인간의 의식과 신체는 기계와 자연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형태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가 원하는 미래였는지는 아직 논의 중입니다. 당신과 같은 신인류는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려 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연과의 조화에 대한 고민은 남아 있습니다.”
윤재는 그 말을 들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자신이 깨어난 이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 결국 옳았는지, 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신인류가 진정한 미래를 대표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제 내가 할 일이 남았군요,” 윤재는 스스로 다짐하듯이 중얼거렸다. 그가 만들어가려던 미래는 여전히 완성되지 않았다. 그가 깨어난 이 시대는 그가 남긴 문제들을 풀어야만 했다. 그리고 윤재는 그 답을 찾기 위해 다시 길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는 박사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준비가 되었어요. 저를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