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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이봉희 Sep 20. 2024

[ 제로의 시대 ]

Z - 14

윤재와 엠마의 대화는 끝이 났지만,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각자의 길과 선택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었다. 윤재는 자신이 만들어가고 있는 길이 신인류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 믿고 있었지만, 엠마의 경고도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며칠 후, 윤재는 연구실로 돌아가 신인류 프로젝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는 인류의 진화를 이끌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기술과 자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엠마와 같은 생태학자도 있었지만, 엠마와 같은 자연 보호론자들이 느끼는 불안과 반대도 무시할 수 없었다.

윤재는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더욱 깊이 빠져들었다. 연구소에는 거대한 나무의 뿌리가 기계와 융합된 형태의 모형들이 점차 완성되고 있었다. 기술이 자연을 보존하는 동시에 그것을 확장하고 강화시키는 실험들이 이어졌다. 윤재는 인간의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이러한 자연-기술 융합을 더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몇몇 실험체들이 자연의 법칙과 기술의 융합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겪고 있었다. 신인류로 태어난 이들은 한때 그들이 원하던 능력들을 얻었으나, 그 대가로 몸과 정신이 점점 불안정해지는 문제를 마주하고 있었다. 기계적 부분은 정상적으로 작동했지만, 인간으로서의 정체성과 자연과의 연결이 약해지면서 혼란과 불안정이 생겨났다.

윤재는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엠마를 다시 찾아갔다. 그는 엠마의 도움 없이는 프로젝트가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엠마는 윤재가 자신의 철학을 무시하고 끝까지 기술을 밀고 나갈 거라 생각했지만, 윤재는 솔직하게 엠마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엠마, 난 네 말이 맞았다는 걸 인정해. 기술만으로는 자연을 대체할 수 없어. 우리가 자연과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를 다시 고민하고 싶어.”

엠마는 윤재의 변화를 느끼며 놀랐다. 그녀는 그가 쉽게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한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윤재, 난 네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나를 찾아와 줘서 고마워. 이 문제는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거야. 자연은 단순히 인간의 도구가 아니야. 우리는 그 안에서 살아가고, 그 안에서 답을 찾아야 해. 기술은 그 답을 찾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야.”

그들은 다시 협력하기로 했다. 윤재는 신인류 프로젝트의 방향을 조금씩 수정하기로 결심했다. 더 이상 기술만으로 인간의 진화를 이루려고 하지 않고, 자연과 함께 성장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엠마는 윤재의 곁에서 자연이 가진 힘과 가능성을 연구하며, 그가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왔다.

그 과정에서, 신인류들은 점차 안정적인 상태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단순한 기계적 능력을 넘어서, 자연과 교감하고 그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존재로 발전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연의 법칙을 따라가면서도, 기술을 통해 그 법칙을 넘어서고 있었다. 엠마는 그들이 단순히 인간의 한계를 넘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과의 연결을 강화하는 존재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며 희망을 품었다.

윤재는 프로젝트의 결과를 보며 자신이 선택한 길이 옳았다고 믿었다. 그는 엠마와 함께 만들어간 이 길이 미래를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임을 확신했다. 신인류는 더 이상 자연을 파괴하는 존재가 아닌, 자연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존재로 거듭나고 있었다.

이제, 그들의 목표는 하나였다. 기술과 자연의 융합을 통해 인류가 더욱 풍요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닦는 것.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윤재와 엠마는 서로 다른 길을 걷는 듯했지만, 결국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었다.

앞으로 그들이 마주할 도전과 성공은 끝이 없겠지만, 그들은 그 모든 것을 함께 헤쳐 나가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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