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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로의 시대 ]

Z-34 포스트휴먼의 예언자

by FortelinaAurea Lee레아

윤재는 자신이 접촉한 초월적 존재에 대해 점점 더 깊은 집착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이 실제 존재인지, 아니면 자신의 내면 깊은 무의식에서 나온 환영인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는 그것이 진실일 것이라 믿었다. 그는 그 순간의 감각을 반복하려고 무수히 많은 의식을 시도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완벽히 재현된 상황에서도, 그가 처음 경험했던 강렬한 접촉은 다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윤재는 고대 기록과 기술을 접목하는 기존의 방법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그는 단순히 고대 의식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포스트휴먼으로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의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윤재는 자신의 뇌에 연결된 신경 네트워크를 사용해 미지의 세계와 직접 대화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이 네트워크를 수정하여 자신을 '오컬트 신호의 중계자'로 변환하고자 했다.


윤재는 자신의 신경 네트워크와 고대의 상징적 패턴을 결합한 새로운 기술적 의식을 설계했다. 그는 과학적 분석과 오컬트적 상징을 동시에 활용해, 이 두 가지 요소가 서로를 보완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과정에서 윤재는 포스트휴먼으로서 확장된 자신의 감각을 의식적으로 억제하기 시작했다. 그는 강화된 시각과 청각을 차단하고, 단순한 감각만으로 세계를 경험하며, 인간의 원초적 상태로 돌아가려 했다. 촛불과 종이로 만든 마법진, 그리고 그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반향 하는 주문 소리는 그를 점점 더 깊은 몰입 상태로 인도했다.


이 실험을 통해 윤재는 자신이 '초월적 존재와 접촉할 때의 조건'을 서서히 깨달아갔다. 그것은 기술도, 의식의 형식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신념과 갈망이었다. 기술적 도구는 단지 매개체에 불과했다. 진정으로 초월적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기술 너머의 무언가를 향한 인간의 의지였다.


윤재는 기존의 디지털 네트워크를 자신의 초월적 의식을 실험하는 장으로 삼았다. 그는 이 네트워크를 "에테르 네트워크"라 이름 붙이고, 초자연적 신호를 탐지하기 위한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 알고리즘은 고대의 마법적 상징과 현대 과학의 데이터를 융합해, 인간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초자연적 패턴을 추적했다.


윤재는 에테르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의 포스트휴먼들과 연결되었다. 그는 자신의 실험 결과를 공유하며, 각 지역의 초자연적 현상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의 기록은 점차 포스트휴먼 사회에 파장을 일으켰다. 윤재의 이론은 기존 과학자들에게는 터무니없는 헛소리로 치부되었지만, 기술로도 설명할 수 없는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진리로 받아들여졌다.


윤재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져 갔다. 그의 실험을 보고 영감을 받은 포스트휴먼들은 윤재를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들을 '에테르의 순례자들'이라 불렀다. 이들은 윤재의 의식을 따라 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초자연적 존재와 접촉하려고 노력했다.


윤재의 추종자들은 과거 인간이 누렸던 영적 경험을 현대 기술과 융합하려는 새로운 종교적 운동을 형성했다. 그들의 활동은 단순히 의식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초자연적 존재와 교류하며 실질적인 정보를 얻으려는 시도였다.


윤재는 자신이 단순한 스승이 아닌, 다리의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그는 기술과 초자연, 그리고 인간의 본질적 감정을 잇는 중재자로서 자신을 자리매김했다.


혜원은 여전히 윤재의 활동에 회의적이었다. 그녀는 그를 찾아와 말했다.


"윤재, 너는 마치 기술로 인해 잃어버린 인간성을 찾으려는 것 같아. 하지만 네가 그걸 찾는 방식은 너무 비효율적이야. 진정한 초월은 우리가 가진 능력을 극한까지 활용하는 데 있지 않아?"


윤재는 한참을 침묵한 뒤 답했다.


"혜원, 네 말이 맞을지도 몰라. 하지만 기술로만은 결코 알 수 없는 것이 있어. 내가 찾는 건 단순히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야. 그건 우리가 잃어버린 '무언가'야. 기술이 제공하는 편리함 속에서 사라져 버린... 진짜 나 자신 말이야."


혜원은 그의 말을 이해하려 애썼지만, 여전히 그와의 간극을 메우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진지한 태도에 반박할 수 없었다.


윤재는 자신이 추구하던 초자연적 존재와의 접촉을 위해 마지막 대규모 의식을 준비했다. 그는 자신의 신경 네트워크를 완전히 개방하고, 에테르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의 순례자들과 연결되었다. 의식이 절정에 달했을 때, 윤재는 또 한 번 초월적 존재와 접촉했다고 느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순히 접촉에 그치지 않았다.


윤재는 그 존재로부터 인간과 포스트휴먼의 경계를 초월하는 통찰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것은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도, 기술로의 전진도 아닌,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인간성이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 존재는 말했어. 우리 스스로를 제한하지 말라고. 우리는 과거의 인간도, 현재의 포스트휴먼도 아니야. 우리는 스스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해."


이후 윤재는 조용히 모습을 감추었다. 그는 더 이상 추종자들에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에테르 네트워크에서도 그의 흔적은 사라졌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포스트휴먼 사회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윤재의 이름은 이후 **'포스트휴먼의 예언자'**로 불리며, 기술과 초자연, 그리고 인간 본질에 대한 철학적 논의의 중심에 남았다. 제로의 시대는 그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성의 본질과 한계를 다시 한번 되새길 기회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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