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달빛에 감춰진 진실
제5장: 달빛에 감춰진 진실
서연과 이안은 왕궁을 떠난 뒤, 끝없이 펼쳐진 숲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밤하늘에 걸린 달은 그들을 지켜보는 듯 빛나고 있었고, 숲 속은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서연은 이안을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이안, 우리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왕궁을 떠난 이상, 안전한 곳을 찾아야 해."
이안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숲 저 너머에 내가 알고 있는 은신처가 있어. 그곳은 마법의 흔적이 남지 않아 추적당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서연, 너의 선택이 정말 괜찮은 거야?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나와 함께 한다는 것이…"
그의 말에 서연은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후회하지 않아. 너와 함께하는 길이라면 어떤 위험도 두렵지 않아."
그러나 그녀의 말에도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무거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는 과거를 바꾼 대가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붉은 구슬이 사라졌을 때 느꼈던 해방감 뒤에는 어딘가 불안함이 깃들어 있었다.
두 사람은 달빛을 의지해 숲을 걸었다. 하지만 숲의 공기는 점점 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나뭇잎들이 흔들리며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고, 발걸음을 옮길수록 그 속삭임은 점점 선명해졌다.
"서연… 돌아가라…"
익숙한 목소리가 그녀의 귀를 간질였다. 서연은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구야? 방금 무슨 소리 못 들었어?"
이안은 그녀를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니, 아무 소리도 안 들렸어. 무슨 일이야?"
서연은 다시 주위를 살폈지만, 그 속삭임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녀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나 점점 깊어지는 숲 속에서 이상한 기운이 점점 강해졌다.
이안이 말한 은신처에 가까워졌을 때, 갑자기 눈앞의 풍경이 흔들리며 달라지기 시작했다. 달빛이 이상하게 밝아지더니, 그 빛 속에서 낯익은 형체가 나타났다. 그것은 서연이 저주를 받았던 날, 그녀에게 다가왔던 달의 여신이었다.
"서연, 네가 선택한 길을 확인하러 왔다."
여신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강렬했다. 서연은 그 앞에 무릎을 꿇으며 물었다.
"여신님, 제가 올바른 선택을 한 건가요? 저주를 풀기 위해 과거를 바꿨지만, 왜 여전히 마음이 불안한 걸까요?"
여신은 서연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말했다.
"네가 선택한 길은 과거를 바로잡았지만, 새로운 실타래를 엮었다. 저주가 사라졌다는 것은 네가 원하던 운명이 완성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운명의 시험이 시작된 것일 뿐이다."
"새로운 운명이라뇨? 저는 이안과 함께 평범하게 살고 싶을 뿐인데요…"
여신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와 이안은 억겁의 인연으로 엮여 있다. 그 인연은 단순히 사랑으로 끝나지 않는다. 너희는 이 세상에 잃어버린 균형을 되찾아야 하는 사명을 안고 있다. 그것이 너희가 다시 만난 이유다."
서연은 여신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단순히 저주를 풀고 이안과 함께 평화로운 삶을 살고 싶었지만, 여신은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 저는 또다시 싸워야 하나요? 또다시 무언가를 희생해야 하나요?"
여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희생 없이는 운명을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다. 이안과 함께라면 너희는 그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여신이 사라지자, 서연은 천천히 일어섰다. 그녀의 눈에는 결연한 의지가 서려 있었다. 이안은 그녀에게 다가와 물었다.
"무슨 일이야? 방금 뭔가를 본 것 같았어."
서연은 그를 바라보며 진실을 말했다.
"우리가 함께해야 할 이유를 알게 되었어. 우리의 사랑은 단순히 개인적인 것이 아니야. 우리는 세상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함께 해야 해."
이안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서연의 손을 꼭 잡았다.
"네가 가는 길이라면 나도 함께할게.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든, 우리는 함께 헤쳐나갈 수 있어."
서연은 그의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달빛 아래, 두 사람의 그림자는 서로 겹쳐졌다. 그리고 그 순간, 숲 속에서 새로운 길이 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길 끝에는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서연과 이안은 함께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