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장-시간과 끝의 시작
제18장: 시간의 끝과 시작
열쇠를 신전의 제단에 올린 이후, 유진과 소하는 새로운 평화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전의 중심부에 빛의 소용돌이가 일어나더니, 그 안에서 강렬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이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소하는 황급히 유진의 곁으로 다가갔다. 유진은 손에 하프를 쥐고 신중하게 빛의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그때, 빛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너희가 균형을 되찾았다고 생각했겠지만, 시간은 영원히 멈추지 않는다."
그 목소리는 낮고 위엄 있었으며, 마치 시간을 초월한 존재의 목소리 같았다. 곧이어 소용돌이 속에서 한 인물이 걸어 나왔다. 그는 은빛 갑옷을 입고 있었고, 눈동자는 시간의 흐름을 담은 것처럼 반짝였다.
"나는 시간의 파수꾼. 이 세계의 모든 흐름을 감시하고 조율하는 자다. 너희의 노력은 위대했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진은 하프를 단단히 쥐고 물었다.
"우리가 이 열쇠로 균형을 되찾은 게 아니었나요? 왜 다시 시험이 필요한 거죠?"
파수꾼은 차분히 대답했다.
"시간은 단순히 흐름이 아니라, 모든 생명이 선택한 결과의 축적이다. 네가 열쇠를 봉인함으로써 균형은 임시로 회복되었지만, 모든 선택이 다시 연결되지 않는다면 균형은 결국 무너질 것이다."
소하는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그럼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나요?"
파수꾼은 유진을 향해 손을 내밀며 말했다.
"너의 멜로디는 세상의 선택과 시간을 잇는 열쇠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너 자신이 그 멜로디와 하나가 되어야 한다. 네가 진정으로 균형을 원한다면, 너의 모든 것을 멜로디에 바쳐야 할 것이다."
유진은 파수꾼의 말을 듣고 하프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윤아의 빛과 그의 기억을 담고 있는 소중한 물건이었다. 멜로디를 통해 세상과 연결되었지만, 그것을 초월해야 한다는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소하는 그의 곁에서 속삭였다.
"유진, 너의 선택이 세상을 구할 거야. 하지만 네가 홀로 짐을 지기를 원하지 않아. 나도 함께할게."
유진은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윤아가 나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가 떠오르네. 모든 것을 잃더라도 세상을 지킬 수 있다면 괜찮다고 했지. 그녀처럼 나도 이 선택을 해야만 하는 거라면... 받아들일게."
유진은 하프를 들어 올리고 마지막 멜로디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의 연주는 점점 강렬해졌고, 그와 함께 시간의 흐름이 멈추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소하는 그의 곁에서 조용히 서서 빛을 바라보았다.
파수꾼은 그를 지켜보며 말했다.
"너의 멜로디는 단순히 소리가 아니라, 세상의 생명과 시간을 하나로 잇는 다리가 될 것이다. 네가 멈추지 않는 한, 세상은 계속해서 균형을 유지할 것이다."
유진의 멜로디는 점점 밝아지는 빛 속으로 스며들었고, 그의 몸은 점차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소하는 그의 손을 붙잡으려 했지만,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하, 너와 윤아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내 선택이 옳았다고 믿어줘."
소하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를 기억할게. 절대로 잊지 않을 거야."
유진의 마지막 음이 울려 퍼지며 그의 모습은 빛 속으로 녹아들었다.
모든 빛이 사라진 후, 신전은 조용해졌다. 소하는 홀로 제단 앞에 서서 유진이 남긴 하프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여전히 은은히 빛나며 멜로디를 속삭이고 있었다.
파수꾼은 그녀에게 다가와 말했다.
"그의 희생으로 시간은 완전히 복구되었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 열릴 것이다. 네가 그의 뜻을 이어받아 세상을 지켜야 한다."
소하는 하프를 손에 쥐고 고개를 들었다.
"그가 남긴 멜로디와 함께, 나는 이 세상을 지킬 거예요. 그를 대신해, 새로운 균형을 만들겠습니다."
소하는 신전을 떠나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갔다. 유진의 멜로디는 그녀의 곁에서 계속 울려 퍼졌고, 그것은 마치 유진이 그녀와 함께 있는 것처럼 따뜻했다.
그리고 먼 별빛 아래에서, 누군가가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하, 너는 혼자가 아니야. 언제나 너의 곁에 있을게."
그날 이후로 세상은 완전히 새로운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유진의 멜로디와 소하의 신념은 시간을 초월해 세상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었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
이제 세상은 끝없이 이어지는 멜로디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노래하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