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신들의 연합 (6편)
3장: 신들의 연합 (6편)
“숲은 살아 숨 쉰다.”
봉휘의 불꽃이 숲의 나뭇가지 끝에서 부드럽게 춤을 추었다. 그 불빛은 마치 인간의 심장이 뛰는 듯한 리듬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이든의 초록빛 잎사귀 사이로 따스한 생명력이 깃들었고, 카세포라의 별빛은 숲의 구석구석까지 길을 비추고 있었다. 마가레타의 얼음 기운은 숲의 뜨거움을 안정시켜 주며 완벽한 균형을 유지했다.
페레타는 이 모든 조화를 지켜보며 속으로 미소 지었다. 이제 숲은 신들의 에너지가 하나로 융합된 장소였다. 그녀의 봄과 마가레타의 겨울, 이든의 생명, 봉휘의 불꽃, 그리고 카세포라의 별빛은 함께 어우러져 숲의 중심을 빛나게 했다.
하지만 이 평화로운 조화 속에서도, 신들은 여전히 고민을 안고 있었다.
“인간들에게 이 메시지가 얼마나 깊이 닿을까?” 이든이 조용히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바람에 실려오는 나뭇잎의 속삭임처럼 부드럽고 섬세했다. “숲에 찾아오는 몇몇 인간들은 변화를 깨닫지만, 여전히 너무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파괴적인 길을 멈추지 않고 있어.”
“희망이 모두에게 닿는 것은 아니야,” 마가레타가 차갑게 말했다. 그의 말은 현실적이었지만, 그의 표정엔 무언가 다른 생각이 깃들어 있었다. “그러나 변화는 소수에서 시작되지. 그들이 새로운 길을 만들고, 나머지는 그 길을 따라올 거야.”
봉휘는 불꽃같은 눈빛으로 말했다. “하지만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인간들에게 변화를 강요해야 할 때도 있다. 그들이 우리를 무시하는 이상, 우리는 더 강력한 신호를 보내야 하지 않겠나?”
카세포라는 별이 깜빡이는 하늘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강요는 오히려 반발을 부를 뿐이야. 별들은 그들에게 길을 보여줄 뿐, 강제로 끌고 갈 순 없어. 우리의 역할은 방향을 제시하는 거지, 선택을 대신해 주는 게 아니야.”
신들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각자의 의견이 부딪히면서도, 그들은 서로의 말에서 일리가 있음을 느꼈다.
그때, 페레타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인간들에게 줄 수 있는 건 선택이야. 그들이 이 숲을 방문하는 순간, 자신의 길을 스스로 정하도록 도와야 해. 강요가 아니라 이해를 통해. 내가 이곳에 머무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야. 나는 계절을 통해 변화를 보여주는 역할을 하지. 인간들이 그걸 깨닫는 데는 시간이 걸릴 뿐이야.”
그녀의 말에 모두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페레타는 다시 연못 쪽으로 걸어갔다. 물결 속에 또 다른 인간의 모습이 비쳤다. 이번에는 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숲으로 걸어와 연못가에 앉아 있었다.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에는 강렬한 결단력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할까?” 카세포라가 조용히 물었다.
페레타는 연못의 물결 속에서 여성의 손이 천천히 물에 닿는 모습을 지켜보며 말했다. “그건 그녀에게 달려 있어. 우리가 줄 수 있는 건 숲의 가르침뿐이야.”
여성은 연못의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숲 전체에 퍼져 나갔다. “나는 내가 지닌 파괴를 멈추고 싶어. 더 이상 이런 삶을 지속하고 싶지 않아.”
그 순간, 숲은 그녀의 말에 반응했다. 나무가 흔들리며 새로운 잎사귀가 돋아났고, 이든의 생명력이 그녀를 감쌌다. 별빛은 그녀가 갈 길을 밝혔고, 봉휘의 불꽃은 그녀의 내면에 새로운 열정을 심어주었다. 마가레타의 차가운 바람은 그녀의 뜨거운 두려움을 식혀 주었다.
그리고 페레타는 조용히 속삭였다. “이제 너는 네 길을 선택할 수 있어. 그 선택이 우리와 인간 세계 모두를 변화시킬 거야.”
여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숲을 떠났다. 그녀의 발길 뒤로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이렇게 하나씩,” 페레타가 조용히 말했다.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갈 거야.”
숲은 다시 조용해졌지만, 그 속에는 희망의 싹이 자라나고 있었다. 신들은 인간들의 선택이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길 바라며, 자신들의 역할을 묵묵히 이어갔다. 이제 숲은 그들뿐 아니라, 인간들에게도 진정한 연합의 상징이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