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신들의 연합 (7편)
3장: 신들의 연합 (7편)
숲의 고요함 속에서 신들은 마지막으로 그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할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페레타는 중앙에 서서 신들의 시선을 한데 모았다. 그녀는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여기 모인 이유는 단순히 인간을 탓하기 위해서가 아니야. 인간은 그들 나름대로 생존과 진화를 위해 싸워왔어.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근원을 잊어버렸을 뿐이야. 우리는 그들에게 다시 길을 보여줘야 해. 우리가 연합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어.”
봉휘는 아직도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의 불꽃은 격렬히 타올랐지만, 이내 한숨을 쉬며 힘을 누그러뜨렸다. “좋다. 하지만 만약 인간들이 우리를 무시한다면, 그땐 내가 직접 나설 거야.”
“네 분노를 이해해,” 페레타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나 기억해. 인간들이 진정으로 변화하려면 강요가 아닌 깨달음이 필요하다는 걸.”
카세포라가 별빛을 띤 두 손을 들어 숲 위 하늘을 가리켰다. 그녀가 손짓하자 어둠 속에 가려져 있던 별들이 차례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연합한다면 별들도 우리를 도울 거야. 나는 하늘의 길을 인간들에게 보여줄 준비가 되어 있어.”
이든은 나무의 잎사귀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숲은 이미 내 모든 걸 걸고 있어. 나는 인간들이 이곳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기를 바랄 뿐이야.”
마가레타는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은 여전히 단호했지만, 그 속에 깊은 결단이 담겨 있었다. “나도 동의한다. 인간들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겨울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지도 몰라. 그러나 이번엔 페레타, 네 방식에 따르겠다.”
그 순간, 숲 중심에 자리한 연못이 신비로운 빛으로 반짝였다. 페레타가 손을 뻗어 연못의 물결을 어루만지자, 그것은 마치 거울처럼 변하며 인간 세계의 모습을 비췄다.
연못 속에는 서로 다른 인간들이 보였다. 도시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고립된 산간 마을에서 삶을 이어가는 이들, 전쟁으로 피폐해진 땅에서 고통을 견디는 사람들. 각자의 모습은 다르지만, 모두가 연결된 듯한 장면이었다.
“이 연못은 우리와 인간 세계를 잇는 다리가 될 거야,” 페레타가 말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그들의 변화를 지켜볼 수 있어. 그리고 필요한 순간에 그들에게 우리의 존재를 느끼게 할 수 있지.”
신들은 모두 조용히 연못을 바라보았다. 각자 마음속에 새로운 다짐을 품은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야,” 페레타가 결론처럼 말했다. “우리가 힘을 합쳤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야. 인간들의 선택이 우리의 연합을 시험할 거야.”
카세포라가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우린 기다릴 준비를 해야겠군. 별들도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길 응원하고 있어.”
이든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숲은 우리와 인간 모두를 위한 피난처가 될 거야. 그들이 올 때까지, 우리는 여기에서 기다리자.”
그날 밤, 숲은 신들의 힘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연못은 별빛과 불꽃, 얼음과 초록의 빛으로 가득 찼고, 그것은 마치 한 몸처럼 융합되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듯했다.
그렇게, 신들은 인간 세계와 연결된 다리를 만들었고, 인간들이 다시 자연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조용히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서로의 힘을 나누며 연합을 이루었고, 그들의 조화로운 에너지는 이제 숲뿐 아니라 인간 세계 전체에 서서히 퍼져 나가고 있었다.
페레타는 다시 한번 연못을 바라보았다. 그 속에서 한 아이가 꽃을 심는 장면이 비쳤다. 그녀는 희미하게 웃으며 속삭였다. “희망은 시작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