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페레타]

3장:신들의 연합 (8편)

by FortelinaAurea Lee레아

3장: 신들의 연합 (8편)


숲은 고요했다. 그러나 그 고요함 속에 신들의 존재가 서서히 깃들기 시작했다. 연못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고, 그 표면 위로 인간 세계의 모습이 흐릿하게 비쳤다. 페레타는 연못 앞에 서서 깊은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불안과 기대가 공존하고 있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카세포라가 묻는다. 그녀의 목소리는 밤하늘처럼 잔잔했지만, 그 속에 미묘한 긴장이 서려 있었다. “우리가 여기서 기다리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봉휘는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기다리다니! 인간들이 스스로 변하길 바라는 건 너무 낭만적인 생각 아닌가? 내 힘으로 지금이라도 불을 붙이면, 그들은 즉각적으로 깨달음을 얻을 거야.”


“그건 깨달음이 아니야, 봉휘.” 이든이 조용히 말했다. 그녀의 손끝에서 자라난 작은 새싹이 빛을 머금고 있었다. “그건 두려움일 뿐이지. 두려움은 변화가 아닌 저항을 낳을 거야.”


마가레타가 차가운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이든의 말이 맞아. 인간들은 두려움에 휩싸이면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기 마련이야. 우리가 원하는 건 조화, 아니면 그들에게 우리를 이해할 기회를 주는 것.”


그들의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페레타는 연못 속에 비친 한 장면에 눈을 고정하고 있었다. 그것은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한때 비옥했던 들판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그들의 손은 갈라지고, 피부는 햇볕에 거칠어져 있었다. 농작물이 자라지 않아 굶주림에 허덕이는 모습이었다.


페레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희망은 작은 씨앗처럼 시작돼. 우리가 인간들에게 기회를 주려면, 그들에게 그 씨앗을 심는 법을 알려줘야 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카세포라가 물었다.


“우리 각자의 능력을 사용해,” 페레타가 단호히 말했다. “하지만 인간들 앞에 직접 나서선 안 돼. 우리는 흔적만 남겨야 해. 그들이 신들의 존재를 느낄 수 있게, 그러나 우리에게 의존하지 않도록.”


봉휘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흔적이라. 그건 너무 소극적인 방법 아니야?”


“아니.” 페레타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가장 강력한 변화는 스스로 깨달았을 때 일어나. 우리가 모든 걸 주기만 한다면, 그들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거야.”


이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는 숲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을 거야. 그들이 그 안에서 자연의 치유력을 발견하도록.”


카세포라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나는 별자리의 방향을 바꿀게. 그들이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 새로운 길을 발견하도록.”


마가레타는 고개를 숙이며 동의했다. “나는 겨울의 마지막 얼음으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낼 거야. 그들이 균형을 잃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겠어.”


봉휘는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이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그럼 나는 불을 사용해 그들에게 창조와 파괴의 두 얼굴을 동시에 보여주지.”


페레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시작하자. 인간들에게 우리가 여전히 그들과 함께 있다는 걸 느끼게 하자.”


신들은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졌다. 이든은 숲으로, 카세포라는 하늘로, 마가레타는 설원으로, 봉휘는 화산으로 향했다. 페레타는 홀로 연못 앞에 남아 있었다. 그녀는 연못 속에 비치는 장면을 보며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우리의 힘이 닿길 바래. 그리고 인간들이 스스로 새로운 봄을 맞이하길.”


그 순간, 연못에서 퍼져나간 빛이 숲 전체를 감쌌다. 신들의 흔적은 서서히 지상으로 퍼져갔고, 인간 세계에 작은 변화의 불씨를 심기 시작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페레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