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결말의 시작 (8편)
5장: 결말의 시작 (8편)
페레타는 지하세계와 지상을 잇는 다리의 가장 높은 곳에 서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하데스가 있었다. 그의 모습은 여전히 어둡고 음침했지만, 그의 눈빛에는 조금 다른 감정이 스며 있었다.
"정말 떠날 건가?" 하데스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그 안에 감춰진 불안은 감출 수 없었다.
"그렇습니다, " 페레타가 대답했다.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지상에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어요."
하데스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의 손은 잠시 공중에서 망설이다가 그녀의 어깨에 닿았다. "나는 네가 그곳에서 상처받을까 두렵다. 인간들은 쉽게 변하지 않아."
"그렇더라도 저는 가야 해요." 페레타는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지상의 봄은 단순히 계절의 변화가 아니에요. 희망이 피어나는 순간이에요. 저는 그 희망을 키우고 싶어요. 지하세계에서 배운 것들을 그들에게 나눠줄 겁니다."
하데스는 한숨을 쉬며 손을 내렸다. "알겠다. 하지만 네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나는 이곳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 모르겠구나."
페레타는 그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당신은 이곳을 지켜낼 겁니다. 당신은 강하니까요. 그리고 기억하세요. 겨울은 항상 봄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에요."
페레타가 떠난 후, 지하세계는 일시적으로 혼란에 빠졌다. 그녀의 부재는 하데스조차도 견디기 어려운 공허함을 남겼다. 하지만 하데스는 그녀의 말을 떠올리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지하세계를 다스리기 시작했다. 그는 점점 더 많은 혼령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들에게도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한편, 지상에서는 페레타의 존재가 점점 더 강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숲의 중심에 서서 이든, 카세포라, 봉휘, 마가레타와 함께 인간들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기로 했다. 그들의 힘이 하나로 합쳐지자, 숲의 나무들이 기이한 빛을 발하며 살아나는 듯 움직였다.
"이건 단순한 경고가 아니야, " 이든이 말했다. "이건 우리가 너희와 함께하고 있다는 증거야."
카세포라는 밤하늘을 가리키며 인간들에게 속삭였다. "별을 다시 바라봐라. 그것들은 항상 너희를 비추고 있었으니까."
봉휘는 자신이 만든 작은 불꽃을 인간들 앞에 놓으며 말했다. "이 불꽃은 너희의 창조를 위한 것이지, 파괴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이걸 기억해라."
그리고 마가레타는 마지막으로 얼어붙은 들판을 녹이며 말했다. "너희 마음속의 얼음을 녹이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너희 스스로의 선택이다."
페레타는 조용히 인간들 사이를 걸으며, 꽃들이 피어나게 만들었다. 그녀는 속삭였다. "이건 너희에게 준 마지막 기회야. 신들의 은총이 항상 너희 곁에 있을 거라고 믿지는 마. 하지만 너희가 변화하려 한다면, 우리는 언제나 함께할 것이다."
그날 이후, 인간들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모든 이들이 변화를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지만, 숲과 별, 불꽃과 얼음 속에서 신들의 메시지를 이해한 이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역할을 찾기 시작했다.
페레타와 신들은 점차 인간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었지만, 그들의 흔적은 영원히 남아 있었다. 봄이 돌아올 때마다 사람들은 그녀를 떠올렸고, 별이 빛나는 밤이면 카세포라의 속삭임을 기억했다.
그렇게 지상과 지하, 신들과 인간은 완벽하진 않지만, 새로운 조화 속에서 공존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