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좌표 없는 나침반
[또다시 플릭시아의 조각들]
15. 좌표 없는 나침반
그는 항상 북쪽을 가리켰다.
하지만 그 북쪽은 단 한 번도 같은 곳을 향하지 않았다.
그 나침반에는 축이 없었고,
바늘은 망설임 끝에 겨우 떨리는 손끝처럼
진동만을 남겼다.
좌표가 주어지지 않은 세계에선
모든 방향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 “길을 묻는다는 건,
방향보다 이유를 묻는 거야.”
그 말이 맞다면,
이 나침반은 세계의 질문지였다.
방향이 아니라,
길이 없는 상태로 걷는 모든 이들의 심장이었다.
어느 날 그는
나침반을 창 밖으로 던졌다.
그리고 처음으로
길이 아니라 사람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 발걸음은 목적지를 모른 채
가벼웠고, 무거웠고,
조금씩 의미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