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창백한 언어의 이면
[또다시 플릭시아의 조각들]
16. 창백한 언어의 이면
그녀는 언어를 번역하는 일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외국어가 아니라,
잊힌 감정의 언어였다.
말은 했지만, 의미는 없었고
듣고 있었지만, 이해는 되지 않았다.
언어는 점점 창백해졌고
그 그림자만이 벽에 스미듯 남아 있었다.
그녀는 문장 뒤편으로 들어갔다.
마침표 뒤에 숨겨진 침묵의 진술,
쉼표 사이로 흘러나오는 부재의 감정,
그리고 말해지지 않은 모든 것들이
그곳에서 명확하게 웅얼거리고 있었다.
> "우리가 끝내 말하지 못한 것들이
진짜 우리였다면?"
그녀는 이제 단어를 읽지 않고
그 공백을 통과했다.
그리고 그 너머에서,
진짜 문장을 처음으로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