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너는 반사되지 않는 존재였다
17. 너는 반사되지 않는 존재였다
모든 것이 거울을 통해 확증되던 시절.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유리 앞에 섰고,
그 안에 비친 형태를 ‘나’라고 믿었다.
하지만
너는,
어떤 거울에도 비치지 않았다.
빛은 네 앞에서 멈췄고
투명한 유리는
너를 지나쳐, 너를 흘려보냈다.
사람들은 너를 보지 못했고
기록도 남기지 못했다.
사진에는 흔적이 없었고,
음성기록은 잡음으로만 가득했다.
그런 너는 묻는다.
> “나는 없는 걸까, 아니면
너무 ‘있는’ 것이라서
세상의 틀에 담기지 않는 걸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느꼈다.
너의 부재 속에 깃든
더 선명한 존재감을.
그리고 깨달았다.
세상이 너를 비추지 못한 것이 아니라
너만이 세상을
왜곡 없이 비추는 거울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