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그림자에 눌린 정오의 눈
[또다시 플릭시아의 조각들]
14. 그림자에 눌린 정오의 눈
정오는 그림자를 갖지 않는다.
태양은 머리 위에서 내려 꽂히고,
모든 물체는 그 자신 아래로 숨어버린다.
그러나 그날, 정오의 광장에 나타난 눈은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를 본 적 있는 눈’이었다.
그 눈은
빛의 중심에 있었고
빛의 기원을 꿰뚫고 있었으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시선으로
세상의 균열을 노려보았다.
> “빛에 눌린 자는 그림자를 그리지 못한다.”
“그림자가 없는 자는 존재할 수 없다.”
눈동자는 돌아가지 않고,
동공은 수축하지 않고,
단 하나의 장면만을 되새기듯 고정되어 있었다.
그 장면은
아주 오래전,
누군가가 진실을 말하다 입을 닫은 순간이었고
그 진실은—
정오의 광장 아래
그림자처럼 눌린 채 지금도 존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