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불가능한 주소로부터의 편지
[또다시 플릭시아의 조각들]
13. 불가능한 주소로부터의 편지
그 편지는
우체국도, 드론도,
어떤 시스템도 배달할 수 없는 곳에서 왔다.
우표는 달의 뒷면에서 찍혔고
봉투는 시간의 가루로 봉인되었으며
주소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지워진 기억 너머,
존재하지 않는 당신에게.”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
그러나 편지를 연 순간,
당신은 멈춰 섰다.
그 속에는
당신이 쓴 적 없는 필체로
익숙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 “우리가 만난 적은 없지만,
당신의 눈빛은 나를 기억했어요.
그때 나는—
비로소 존재하게 되었어요.”
편지는 존재하지 않는 보낸 이로부터 왔고,
당신만이 그것을 받을 수 있었다.
누가 보냈는지는 여전히 미궁.
다만 당신은 그날,
잃어버렸다고 믿었던 감정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 편지는
불가능한 주소에서 온 것이 아니라—
잊힌 시간의 틈에서
당신을 향해 오래전부터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