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구겨진 페이지에 남겨진 미래
22. 구겨진 페이지에 남겨진 미래
어느 날, 오래된 노트 한 장을 펼쳤다.
페이지는 구겨져 있었고,
글자들은 절반쯤 지워진 채
잉크 냄새도 바래 있었다.
그 속에,
누군가 아직 쓰지 못한 미래가 있었다.
“여기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자.”
누군가 그렇게 적고는
문장을 마치지 못한 채 사라졌던 것이다.
나는 펜을 들고 그 자리에 앉았다.
그의 호흡을 흉내 내며,
그의 망설임을 따라가며,
그가 멈춘 자리에서
다시 미래를 써 내려갔다.
예정되지 않은 말들이
종이 위로 춤을 추듯 쏟아졌다.
그것은 나의 미래이자,
그의 과거였다.
그리고 우리는 구겨진 페이지 위에서
처음으로 서로를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