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중력의 언어로 쓴 편지
23. 중력의 언어로 쓴 편지
모든 말에는 무게가 있다.
특히 말해지지 않은 말은 더 무겁다.
나는 그 무게를 중력으로 번역해
하늘이 아닌 땅을 향해 편지를 썼다.
지면 아래로 스며드는 문장들.
소리가 되지 못한 진심은
흙의 온도를 빌려
천천히 누군가의 발밑에서 숨 쉬었다.
어느 날,
누군가 발끝에 머문
묵직한 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말없이,
편지를 꺼내 읽었다.
읽고 또 읽었다.
무게를 가늠하려는 듯,
그 말의 중심에 손을 얹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그가 편지를 안고
고개를 들어, 하늘이 아닌
나를 바라보았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