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가역(可逆) 시간의 낙서
[또다시 플릭시아의 조각들]
25. 가역(可逆) 시간의 낙서
시간은 한 줄의 직선이 아니었다.
그건 누군가 책상에 기대어
무심코 끄적인 낙서에 더 가까웠다.
앞으로 갔다가,
돌아오고,
위로 치솟고,
한참을 멈추다 또 이어지는.
나는 그 낙서의 끝자락에서
과거를 지우고 싶었다.
아니, 다시 써보고 싶었다.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마치 지우개로 지우듯
가볍게 문질러 사라지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은
지우개를 허락하지 않았다.
다만, 덧 그리기를 허락했다.
그 위에 새로운 선을 얹는 것.
어긋난 선들 속에서
나는 비로소 하나의 문장을 읽어낸다.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되풀이할 수는 있다.”
낙서였던 시간은
이제 비로소
의미가 되어 나를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