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수면 아래, 반사된 문장
[또다시 플릭시아의 조각들]
26. 수면 아래, 반사된 문장
거울은 물의 표정을 닮았다.
그녀는 언제나 물가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지 않고 자신을 기억하려 애썼다.
수면 아래로 비친 문장들은 거꾸로 쓰여 있었다.
그건 마치 누군가가 안쪽에서 바깥으로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여긴 누구인가요?"
그 문장은 파문을 일으키며 사라졌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가락으로 물을 가르며 답장을 썼다.
"나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존재예요."
수면 아래 반사된 문장은 한동안 꿈틀거리다,
점차 그녀의 눈동자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건 읽히기 위한 문장이 아니라, 기억되기 위한 울림이었다.
플릭시아에서는 문장이 먼저 존재하고, 의미가 뒤따른다.
그녀는 그걸 이제야 이해했다.
아직 발화되지 않은 말들이 그녀의 피부 아래를 흐르고 있었다.
말보다 먼저, 물보다 느리게.
그리고 다시, 수면은 고요해졌다.
그녀는 다시 자신을 잊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장을 기억했다.
“나는 존재했지만, 말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