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창문 밖의 언어는 어디로 가는가
[또다시 플릭시아의 조각들]
29. 창문 밖의 언어는 어디로 가는가
한밤의 플릭시아.
창문은 닫혀 있었지만 언어는 이미 밖에 있었다.
말하지 않은 말들, 속삭이지도 못한 문장들이
유리창의 표면을 타고 미끄러져 나갔다.
어느 날, 플릭시아의 누군가가 물었다.
"창문 밖의 언어는 어디로 가는 걸까?"
그리고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은 늘 창문 안이 아닌 바깥에 있었으니까.
떠난 언어들은 도시를 헤매다
가로등 위에 걸리거나, 전선에 얽히거나,
밤새 불 꺼지지 않는 창에 스며들기도 했다.
가장 용기 있는 언어는 별까지 날아가,
아직 문장이 없는 별들에
첫 구절을 새긴다.
우리는 그걸 ‘은하계의 시차’라고 불렀다.
그 언어는 언젠가,
다시 창문을 열고 들어올 것이다.
그땐 비로소,
말해지지 않은 것들이 이해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