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파란 신발을 신은 문장
[또다시 플릭시아의 조각들]
28. 파란 신발을 신은 문장
플릭시아의 새벽은 늘 단어 하나로 시작되었다.
그날은 '기다림'이었다.
그 단어가 첫 발을 내딛자, 파란 신발이 조심스레 등장했다.
누군가의 문장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파란 신발은 검은 구두와는 달랐다.
그것은 소리를 내지 않았고,
걸음마다 빛의 잔향을 남겼다.
문장은 걷기 위해 쓰였다.
걷기 위해 문장은 리듬을 가졌다.
어떤 문장은 끝났고, 어떤 문장은 계속되고 있었다.
이 신발을 신은 문장은 과거형이었다.
'있었다'와 '잊었다' 사이를 어슬렁거리며
아직 끝내지 못한 구절들을 수집하고 있었다.
독자는 없었고, 작가는 사라졌지만
문장은 파란 신발을 신고 계속 걷고 있었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당신은 이미 그 길 위에 서 있었다.